“몰입의 시간을 파는” 은유림에 갔다.올해 2월 어은동에 공식 오픈한 따끈따끈한 이 신상 서점엔 ‘한 칸 서점’이 있다. 마치 어떤 쇼의 ‘코너 속의 코너’처럼, ‘서점 안에 또 서점’이라니 궁금했다.한 칸 서점은 서점의 큰 책장의 한 칸을 대여해서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 보는 아주 작은 서점이다.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나의 서점’을 꿈꾸지 않나. 이 로망을 실현해 준 것이 은유림의 ‘한 칸 서점’이다.일본 도쿄엔 헌책방이 몰려 있는 진보초 지역이 있는데, 여기에서 시작된 ‘공유형 서점’이 한 칸 서점의 원조쯤
체구가 작다 보니 어떤 옷이든 몸에 비해 길었다. 수선해야 끝단을 망가뜨리지 않고 맘 편히 입을 수 있었다. 몇 년 입다 보면 싫증 나는 긴팔 윗도리와 바지는 과감히 길이를 줄여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로 만들어 입기도 했다. 타고난 체형으로 동네 수선집을 자주 다닐 수밖에 없었다동네 수선실에는 뿌연 옷 먼지가 떠다니는 새하얀 전등 불빛 아래 돋보기를 끼고 옷감을 들여다보는 여자 사장님이 계셨다. 다소곳한 자세로 옷을 끌어안고 몰입하고 있는 모습은 기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색색의 실밥과 옷감 자투리 조각들을 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후 만든 용비어천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 꽃 좋고 열매가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끊이지 않아 시내를 이루고 바다로 나가나니” 600년 전에 지어진 글이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말이다.뿌리가 깊고 넓게 자란 나무는 거센 폭풍우에도 뽑히지 않고 우뚝 자리를 지키며, 새로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공직자에게 있어 뿌리깊은 나무는 무엇일까?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원칙
윤석열 정부의 국정지표 첫 번째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사회다. 이 상식에 어떤 것이든 부합하려면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부임한 지 3일 만에 그의 임명을 놓고 논란은 가라앉기는커녕 총선 정국을 뒤흔들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호주 대사로 보낼 사람이 없어서 이 전 국방부 장관을 보내지는 않았다고 본다. 그를 콕 찍어 보낸 것도 양국 군사교류 강화란 이유만으론 부족하다. 수사 진척, 향후 조사 수순을 감안하면 누가 봐도 모면성 인사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이 대사의 출국금지 해제
한마디로 정치가 가관이다. 정치판이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다. 국회의원 총선거에 사활을 건 채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사활을 건 싸움판으로 치열한 가운데 마무리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 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질과 양을 자랑하는 K 의료계가 하루아침에 사회를 온통 헤집어 놓고 있다.그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파렴치한 범죄자들이 자신의 감옥행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감투를 쓰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모습은 안쓰러움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게 했다. 어쩌다 법을 제정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이 범법자들의 피
어느덧 3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봄의 환절기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바로 춘곤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몸이 나른하고 졸음이 쏟아지는 춘곤증은 안전 운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춘곤증은 과학적으로 그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겨울 동안 움츠려있던 신체가 따뜻한 봄을 맞이하며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로 볼 수 있다.봄이 되면 활동량이 늘어나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는데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춘곤증과 같은 증세가 생길 수도 있다.춘곤증 때문에 실내에서 잠깐 조는 것은 큰
봄철 대표적인 기상 현상하면 안개를 빼놓을 수 없다. 안개는 지표면 가까이에 아주 작은 물방울이 부옇게 떠 있는 현상으로 지형적 특성, 바람, 습도, 대기 상태 등의 복합적인 조건에서 형성되며 발생 원인과 종류가 다양하다. 그렇기에 안개가 언제 발생할지를 예측하거나 발생하는 지역을 정확하게 탐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기상청은 안개를 직접 사람이 관측하거나 시정 관측 장비를 활용하여 안개 정보를 수집하였다. 그러던 2011년 2월, 기상청은 특별한 방식으로 안개를 관측했으며 이를 공개하였다. 2월 20일 오전 9시 15분 북한에
어느새 성큼 다가온 봄 햇살과 꽃향기에 희망이 가득 실려 오는 것 같다. 지난 2월 초에 6년 동안의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떠나던 졸업생들의 화사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2021년 9월에 백운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후부터 학교 행사를 의미있고 감동이 살아있는 축제로 펼치고 싶었다. 졸업식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누군가의 앞에 서서 원고 없이 당차게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졸업식을 앞두고 학교장 인사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학생과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전할 말을 틈틈이 기록했다.그러던 중에 ‘길 떠나는 너에게’란 그림책에서 ‘처음엔
2004년 4월 1일, 기대와 우려 속 고속철 시대의 막을 열며 첫 운행을 시작한 KTX는 빠르고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국민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개통 당시 세계 5번째 고속철 도입국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열차 고장 등의 이례사항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뒤섞였던 싱숭생숭한 마음은 대전충남본부의 장(長)의 위치에서 KTX 개통 20주년을 맞는 지금도 며칠 전 일처럼 생생하다.KTX는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시대가 열리는 데 크게 기여했는데, 특히 대전·충남권역은 전국 주요 도시와 2시간 이내로 연결되며 이동성과 접
4년마다 한 번씩 치르는 정치 행사로 총선거가 있다. 특별히 2024년은 지구촌 여러 나라(약 40개국)에서 대통령을 뽑는 대선(大選)과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總選)이 있다. 연초 타이완의 총통선거부터 11월의 미국 대통령선거까지 계속 이어질 판이다.2024년 4월 10일은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총선거 일이다. 축제로 치러야 하는데 거의 난장판 같다. 인간사에서 볼 수 있는 누추한 모습은 거의 다 볼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탓도 있지만 어떤 때는 자녀들이 볼까 봐 조마조마할 정도로 막무가내
낮고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 사이에 세워졌던 높고 흉물스러운 철골 구조물이 현재는 사랑받는 지역 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파리 에펠탑의 이야기다. 뭐든 보면 볼수록 점점 눈에 밟히다, 어느새 좋아하게 된다. ‘에펠탑 효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오랜 마케팅 방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선거 때가 되면 후보자들이 앞다투어 여러 활동을 시작한다. 지역 행사에 참석하거나 어깨띠를 메고 거리에서 인사를 하는 등 유권자들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띄기 위해서다. 에펠탑 효과로 만든 높은 호감도가 후보 지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우리
소방관이라며 본인을 소개하는 그이는 군인의 모습이었다. 상담 내 꼿꼿이 세운 허리와 고개는 그가 평소 얼마나 올곧은 기개로 삶을 살아내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이 건물 임대인은 전세사기 사건으로 현재 수사 중에 있으며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변호사의 절망 선고 앞에서도 그이의 얼굴에는 감정 변화가 일지 않았다. 그러나 상담실 책상 아래로 잡고 있던 그이의 손 온도와 떨림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축축해진 손바닥, 가늘게 이어진 떨림이 아내의 손에 공명하자 어느 순간 아내는 쉴 새 없이 눈물을 닦아냈다.작년 결혼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활개를 치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과거에는 주로 노인이나 주부였으나 요즘은 젊은 층의 피해가 늘고 있다. 20대들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인출이나 수거책으로 활동하다가 처벌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부 조직원으로 일하다가 검거된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올해 156명에 이른다. 경제난으로 고액의 아르바이트 유혹을 떨치지 못해 피해가 많다. 실직자나 취준생뿐 아니라 비교적 사회적 지위가 있는 전문직 종사자까지 꼬여들 정도다.보이스피싱은 금융 당국이 대책을 내놓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저임금 외국인 도우미 도입을 인권에 반해 홍콩처럼 ‘현대판 노예제’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으로 노동계 반대의 목소리를 저버릴 수도 없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에게 이미 낮게 매달린 과일은 더 이상 없고, 높게 매달린 과일을 수확하려면 어려움이 수반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저출생·고령화 같은 우리 시대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제 손만 뻗으면 잡히는 손쉬운 대책은 없어, 설령 시끄럽고 불편한 논쟁이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을 넘겨야 할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맞벌이와 고령화 증가로 특히
무지개색은 흔히 일곱 가지 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일곱 가지로 알고 있으나 영어권에서는 여섯 가지, 독일은 다섯 가지 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오색 무지개’라 하여 색의 수를 다섯 가지로 보았으며, 아프리카나 북아메리카 일부 부족이나 원주민은 세 가지로 알고 있으며, 북극과 일본 북알프스의 산악지대와 하와이의 마우이섬에서는 흰색 무지개가 종종 나타난다고 하며, 우리나라 고사에도 진평왕 53년, 성덕왕 24년 외에도 흰색 무지개가 나타났다고 한다.‘색이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선생님이 되는 준비를 하던 시절,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어머니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 같은 선생님’은 ‘따뜻한 선생님, 사랑을 지닌 선생님’의 의미였다.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도 이렇게 ‘어머니 같은 선생님’께서 계셨다. 안경 너머 우리를 보시는 눈빛도 자상하시고, 목소리도 부드러우셨다. 조양순 선생님이시다. 선생님께서는 참 따뜻하고 포근하셨다. 사랑으로 지도해 주셨다.중학생일 때,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창문 밖으로 인도를 걷는 선생님을 볼 수 있었다.
결핵이라는 병은 예전부터 널리 알려져 대부분 들어 본 경험이 있으실 것이다. 결핵균이 일으키는 질환으로 크게는 잠복 결핵과 활동성 결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결핵균은 활동성 폐결핵을 가진 사람의 비말에 의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하지만 체내에 들어온 균은 즉시 우리 몸 속에서 감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우리 몸의 면역에 의해 제거되어 발병하지 않고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하지만 결핵균은 완전히 사멸되지 않고 일부가 남아 동면 상태와 비슷한 상태로 남아있게 되는데, 이것을 잠복결핵이라고 한다. 잠복결핵은 수년에서 수십
20살이면 약관(弱冠)이다. 혈기 왕성한 멋진 나이이다. 국민의 발, KTX가 올해로 개통 20주년을 맞이하게 됐다.2004년 4월 1일 KTX 개통으로 대한민국의 교통 지도는 크게 바뀌었다. 중장거리 교통수요가 KTX로 몰리면서 국내 항공기 및 고속버스 노선이 감축되기도 하였고, 거점도시와의 접근성이 단축되면서 도시의 생활영역이 크게 넓어졌다.대전 역시 철도와 KTX의 영향으로 크게 발전한 도시 중 하나이다. 대전역은 본래 오늘의 대전시를 만든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119년 전 경부선 개통(1905년)과 함께 당시 작은 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종 정치 관련 뉴스도 범람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눈길이 가는 뉴스는 단연 ‘그래서 누가 당선될 것 같냐?’일 것입니다. 현대와 같은 대의 민주주의 제도하에서는 국민의 여론을 민감하게 반영하고, 이른바 깜깜이 선거를 방지하는 등 여론조사의 순기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정치스타가 탄생하거나 정치생명이 끝나는 등의 사례들도 많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부분의 정당에서 공천을 위해 여론조사 결과를 상당히 높은 비중으로 활용하여 사실상 공천
“중투심(중앙투자심사)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지 말라. 국가에서 매칭하는 사업 같은 경우 중투심을 신경 써야 하겠으나 그렇지 않고 지자체 예산만 투입되는 사업을 추진할 땐 심사에 얽매어 시간을 소비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지난 1월 29일 열린 실국원장회의에서 일부 국장들이 현안 사업 추진 상황에 대해 보고하던 중 행정안전부 심사 절차를 잇달아 언급하자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강조한 내용이다.지방재정법 제37조에 따라 지자체의 장은 재정투자사업에 관한 예산을 편성하고자 하는 경우 그 사업의 필요성·계획의 타당성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