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감염병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가 사망한 천안 초등학생에 이어 창녕에 사는 9살 여자 초등생에 대한 계부와 친모의 아동학대 사건. 최근 잇단 아동학대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그 누구보다 정신적, 신체적 상처가 컸을 피해 아동 당사자를 이제는 어떻게 치유하고 보호하느냐가 사회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고문 같은, 고문보다 더 심한 학대를 받은 아이들의 이야기. 부모로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충격이다. 참담한 생각에 눈물이 다 나온다.

이러한 잔혹한 학대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자 천인공노할 범죄에 여론은 들끓었다. 가해자 엄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도 봇물 터지듯 터졌다.

아동학대 처벌법 강화 및 아동보호 국가 시스템 도입과 아동학대 방지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공감대와 글들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또다시 분노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정부는 이럴 때마다 각종 특별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아동학대는 악화해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2016년 1만8700건, 2017년 2만2367건, 2018년 2만4604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재학대 비율 역시 2016년 8.5%에서 2018년 10.3%로 늘었다.

피해 아동의 재학대 비율을 살펴보면 2017년 전체 아동 학대 사건 2만2367건 가운데 또다시 학대를 받은 아동수는 1859명(9.7%)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학대로 사망하는 아동도 적지 않다.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에 달한다.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대부분 부모다. 피해 아동은 2017년과 2018년의 경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10세 미만의 어린 아동이었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발표한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2017년 이래 2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2018년 아동학대로 판정된 총 2만4604건 중 학대 행위자가 고소·고발된 것은 7988건이고, 이 중 2290(9.3%)건만이 아동학대처벌법에 의해 조치됐다.

나머지 90%에 달하는 학대 행위자는 범죄자가 아닌 지속관찰대상이 됐다. 학대 피해 아동도 대부분 원가정에 남는다(2018년 기준 82%). 가정에서 분리 조치된 아동은 13.4%였으며, 분리 조치된 경우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많은 경우 가정에 복귀된다.

학대 행위자와 학대 피해 아동은 결국 가정에서 다시 만난다. 일상을 공유하는 가정 내의 아동학대는 반복되고, 은폐되고,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일상의 학대가 누적돼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맞는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어떠한 대책이 필요할까.

실효성 있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아동의 안전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본적인 보호망이 더욱 촘촘히 구축되고 작동해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는 아동학대상담원의 부족을 해결하고 상담원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상담원의 전문성을 높여나가는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 학대 아동에 대해서는 한 가정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모두 참여해 치유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민관의 협력도 필요하다.

일회성이 아닌 기초를 튼튼히 하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만들어가도록 모두 힘을 모아 나가야 할 때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