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한‧중‧일 3국은 최근 미세먼지, 코로나 팬데믹, 기후재앙으로 환경, 에너지, 보건, 식량문제에서 공동 운명체라는 것이 확인됐다. 중국과 일본은 싫든 좋든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다. 그러나 일본은 일제 강점기를 정당화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파괴하기 위해 심각하게 역사를 왜곡했다. 중국도 동북공정 등으로 동북아시아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광복 75주년을 맞는 오늘날에도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여전히 입시 위주 교육에서 역사 교육은 홀대받고 있다. 독립운동가이며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시대적 상황과 학자의 역사관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유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많은 역사자료를 통해 합리적인 역사를 다시 정리할 수 있다. 문헌을 통한 연구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의 정신으로 역사 현장을 탐방해 얻은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유골의 DNA분석, 유물의 정확한 제작연도 측정 등 첨단과학기술로 역사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다. 역사 왜곡을 바로 잡는 일에도 과학기술은 중요하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조선사편수”를 빙자해 고려, 조선시대의 고서적과 문헌을 수집해 역사를 왜곡했다. 1986년 서희건 기자는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에서 일제가 우리의 역사책 20만권을 빼앗아 갔다고 기술했다. 도야마대학 후지모토 교수는 일본으로 유출된 한국고서 약 5만권의 목록을 정리해 발표했다. 이들 고문서는 조선통신사를 통해 한반도의 선진 문물 전래차원에서 건네진 것도 있지만 임진왜란 등 전란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사실상 약탈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제 강점기 20만점 이상의 문화재도 국외로 반출됐으나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일제는 한국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의 터전인 광활한 만주지역을 배제해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의 조선반도사관을 주장했다. 일본은 1905년 강압적으로 체결된 을사늑약을 토대로 남만주철도 부설권, 푸순탄광 채굴권을 확보하기 위해 1909년 청과 간도협약에서 간도를 청에게 넘겨줬다.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등 연해주 지역에서도 부여, 고구려의 성터와 유물이 많이 발굴돼 러시아학자들도 이들 지역을 한민족의 영향권임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369년 야마토왜가 가야를 점령해 임나일본부를 설치했다면서 가야사를 왜곡했다. 청동기 기반의 힘없던 일본이 철기 기반의 가야를 점령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역사 왜곡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2009년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산해관에서 압록강 호산산성까지라고 주장했다. 중국 역사서들은 북경지역을 포함한 하북성, 산동성의 많은 지역까지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의 영역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장보고의 신라방 외에도 부여방, 백제방이 있었다는 유적이 발굴되고 있다.

김진명 작가는 대한민국 국호 ‘한(韓)’을 3000년 전에 작성된 시경(詩經)에서 찾았다. 시경에는 “한후(韓后)가 주나라 선왕을 찾아와 국경을 논하였다. 한후의 인품이 뛰어나다”로 적혀 있다. 후한의 대학자 왕부가 쓴 잠부론(潛夫論) 씨성편에 “한후는 연나라(지금의 북경부근) 동쪽의 임금으로 차츰 서쪽에서도 한씨 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손들은 위만에게 망하여 바다를 건너갔다”고 기록돼 있다. 김진명 작가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국, 일본 등 열강들과 경쟁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강조했다.

일본은 마한, 백제, 가야 등으로부터 선진문물을 받아 정상적인 국가체제로 성장했음에도 임진왜란, 일제식민지 뿐만 아니라 심각한 역사왜곡을 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다. 중국은 수, 당을 포함해 한민족을 통째로 종속시키겠다는 마음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다. 일본과 중국의 의도적인 지나친 역사왜곡을 감정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지혜롭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광복 후에도 남한강단사학계의 많은 사람들은 현장을 무시한 왜곡된 역사를 주장하고 있어 안타깝다. 외부의 적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분열이 더욱 문제임라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

고대사 문헌연구와 역사현장연구에서 얻은 객관적인 내용을 토대로 우리의 역사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시아지역  이해당사국인 남한,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이 공동 참여하는 학술연구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유골의 DNA분석, 유물의 제작 연도 측정 등으로 역사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문화유산을 연구, 발굴, 보존, 복원하는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과학기술기반 문화재연구에 노력하고 있다. 4차 산업시대 첨단과학기술 기반으로 역사 왜곡을 바로 잡아 “K-히스토리”로 발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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