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구황작물로 여겨왔던 고구마가 최근 모두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등극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2018년 통계에 따르면 고구마는 전 세계 806만㏊에서 9천만t이 생산된다. 세계 생산량의 약 66%가 아시아에서 생산돼 고구마는 대표적인 아시아 작물로 불린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세계 고구마 생산량의 58%와 0.8%를 생산하고, 한국과 북한은 2018년 기준 각각 0.3%(31만t)와 0.6%(62만t)의 고구마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은 보릿고개가 있었던 1965년도에 약 300만t의 고구마를 생산해 고구마가 당시 어려운 식량조달에 크게 기여했다.

한중일은 환경, 식량, 에너지, 보건 관점에서 공동운명체이다. 기후 위기시대 고구마는 한중일이 안고 있는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산업작물로 손꼽힌다. 이에 한중일 고구마 협력을 위해 고구마 재배역사, 이용 등에 대해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야 한다.

고구마는 8000년 전 남미 베네주엘라 저지대에서 처음 재배됐다. 고구마의 확산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스페인으로 귀환할 때 옥수수, 담배 등과 함께 고구마를 서부유럽에 처음 소개하면서 부터다. 당시에는 남부유럽에서만 재배되다가 1565년 스페인이 필리핀을 식민지화 하면서 선원들이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고구마가 필리핀으로 전파됐다. 또 태평양 폴리네시아 섬들을 통해 뉴질랜드 등으로 전파됐다. 

1594년 필리핀을 방문한 명나라 상인(진진용)이 고구마를 중국 남부지방으로 도입해 중국은 세계 최대의 고구마 생산지로 자리잡게 됐다. 일본은 오키나와에서 명나라로 간 사신(노쿠니쇼칸)이 고구마를 식량사정이 어려운 오키나와에서 재배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1601년에 도입했다. 오키나와에서 널리 재배되던 고구마는 1621년 규수 최남단 사츠마지방으로 퍼져나갔다. 일본에서는 고구마를 지금도 ‘사츠마이모’라 부른다. 이후 고구마가 규수 가고시마에서 널리 재배되면서 오사카, 도쿄 등 일본전역으로 확산됐고 대마도에 들어온 것은 1715년이다.

1763년(영조 39년) 10월초 조엄(趙曮 1719~1777) 선생은 11차 조선통신사를 이끌고 일본으로 떠났다. 당시 조선은 흉년으로 지독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조엄은 첫 기항지인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발견하고 백성들의 배고픔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부산 영도에 도입했다. 우리나라에 고구마가 처음 들어온 것은 중국에 도입되고 169년이 지나서이다. 당시 중국은 고구마의 해외반출을 금지해 조선으로 도입이 어려웠다. 좀 더 일찍 고구마가 도입됐으면 당시 어려운 식량사정에 도움이 됐을텐데 아쉬움이 많다.

고구마는 주성분인 전분 외에도 항산화물질, 식이섬유, 미네랄 등을 다량함유 하고 있어 노화방지, 성인병과 변비 예방에 좋은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평가된다. 또 식량 뿐 만 아니라 가축사료, 전분 등 각종 산업소재로 사용된다. 고구마 전분은 소주의 주정(酒精), 당면과 냉면의 재료, 바이오에탄올의 원료로 이용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는 대부분 식용으로 이용되고, 전분과 당면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수입하는 전분과 당면을 포함하면 우리나라 고구마 자급률은 약 40%일 것이다.

최대 고구마 생산국 중국은 고구마를 전분용 55%, 식용 30%, 사료용 5%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일본은 식용뿐만 아니라 고구마소주를 비롯해 다양한 고부가가치 식품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도 고구마소주가 귀하게 대접받는다. 고구마 줄기는 나물, (물)김치, 간장 장아찌로, 잎은 나물, 쌈, 된장국으로 이용되고 있어 고구마는 버릴 것이 없다.

고구마는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 어려운 척박한 토양에서도 비교적 많은 양의 생산이 가능하다. 또 화학농약과 비료를 비교적 적게 요구한다. 고구마는 우주식품 뿐만 아니라 우주기지에 가장 적합한 식량작물이 될 수 있다. 고구마는 전분작물 가운데 물을 가장 적게 요구한다.

영화 마션의 감독이 고구마를 알았더라면 화성기지에 감자가 아닌 고구마를 심었을 것이다. 북한 식량과 영양문제는 고구마가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고구마는 한중일 삼국이 당면하고 있는 식량, 에너지, 보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21세기 구원투수 작물로 부각되어 소설 삼국지와 달리 한중일이 협력하여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대표적인 작물로 발전될 수 있다.

고구마는 작물 가운데 한중일 연구협력이 가장 잘되고 있다. 2004년 한국에서 한중일 전문가가 모여 개최된 고구마 국제워크숍을 계기로 매 2년마다 한중일이 개최지를 번갈아 가며 고구마 학술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012년 제주에서 개최된 제5차 한중일 고구마워크숍에서 필자가 삼국의 지속가능한 협력을 위해 ‘한중일 고구마 연구협의회’를 제안해 결성했다.

연구협의회는 고구마 유전체해독을 위한 한중일 컨소시엄을 2014년 결성해 협력연구를 통해 유전체 연구결과가 조만간 완성될 전망이다. 그간의 한중일 연구협력과 유전체 결과를 기반으로 동아시아의 식량, 보건, 환경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고구마 협력 삼국지는 계속 되길 기대한다.

필자 연구팀은 중국 사막화지역, 카자흐스탄 남부지역 등에 고구마를 심어 사람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는 ‘고구마 북방로드’를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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