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동굴 탐험
백룡동굴 탐험(사진제공=연합뉴스)

동강은 강원도 평창, 영월, 정선의 경계를 넘나든다.

평창군 미탄면의 동강 절벽15m 위에는 배로만 접근이 가능한 백룡동굴이 있다. 국내 유일의 탐험형 동굴인 이곳에 가면 낮은 포복은 기본이다. 그러나 유격 훈련을 방불케 하는 액티비티에도 전혀 덥지 않다. 이곳의 평균 기온은 섭씨 13도다.

◇ 문희마을과 백룡동굴

백룡동굴은 들머리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를 관통하는 평창동강로는 동강을 만나면서 끝이 난다. 길이 끝나는 곳에 형성된 문희마을은 대표적인 오지마을로 손꼽혔다.

몇 년 전 포장이 되긴 했지만, 길이 끊기는 곳에 자리 잡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고립감은 여전하다.

문희마을에는 백룡동굴을 탐방하는 데 관문인 백룡동굴 탐방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빨간색 탐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안전모를 쓰고 장화도 신었다. 동굴 내부에 물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흙이 묻을 수 있으므로 아웃도어용 드라이 백(방수 가방)을 챙겼다. 카메라를 넣고 다니다 취재해야 할 일이 있으면 꺼내 쓰기 위해서였다.

오늘 동굴 탐험을 할 인원은 60대 부부 등 모두 5명으로, 평창군 소속 최재훈 주무관도 동행했다.

동굴해설사로부터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은 뒤 강으로 향했다. 선착장에는 백룡동굴로 향하는 나룻배가 기다리고 있다.

백룡동굴로 통하는 절벽 위 통로.
백룡동굴로 통하는 절벽 위 통로 (사진제공=연합뉴스)

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노라면 왼편에 마치 옛 홍콩 영화 '동방불패'에서 본 듯한 깎아지른 절벽이 나타난다.

절벽을 가로지르는 데크 로드가 위태롭게 서 있지만, 잦은 낙석 탓에 폐쇄된 지 오래다. 그래서 더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재 동굴로 난 길은 오로지 이 뱃길밖에 없다. 도착해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가니 동굴 입구다.

동굴은 1976년 주민들에 의해 동굴의 깊숙한 부분이 더 발견되면서 존재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조사가 이뤄졌고, 1979년 천연기념물 260호로 지정됐다.

일반에 개방된 것은 2010년이지만 하루 240명가량만 탐방할 수 있다.

동굴의 전체 길이는 약 1.87㎞가량으로, 크게 A∼D굴 등 4개 루트로 나뉘어 있지만, 탐방은 주로 A굴 쪽에서 이뤄진다. 탐험 시간은 1시간 40분 안팎이라고 했다.

동굴 탐험

입구부터 찬바람이 흘러나왔다. 헤드 랜턴을 켠 뒤 내부로 들어서니 동굴로 들어간다는 실감이 난다.

가이드가 주변을 절대 만져서 훼손시키면 안 된다고 거듭 주의를 준다. 발걸음이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원래 휴대전화나 카메라 지참도 금지돼 있다. 취재를 위해 특별히 허락을 받았지만, 후레쉬는 사용하면 안 된다.

동굴해설사가 얕은 물 속에서 눈이 퇴화한 '아시아동굴옆새우' 한 마리를 보여준다. 눈이 없는지 있는지 잘 구분이 되지는 않았지만, 보통의 새우보다 투명한 느낌이 들었다. 어둠 속에 살아 보호색이 필요 없기에 투명하게 변한 것이라고 한다.

동굴 안은 변형 없이 천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방향 감지를 위해 설치한 로프가 전부다.

'개구멍'을 기어서 통과하는 모습.
'개구멍'을 기어서 통과하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잠시 가다 보니 배를 깔고 낮은 포복을 해야 하는 이른바 '개구멍'이라는 곳이 나타났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의 구멍이다.

역시 탐험형 동굴인 뉴질랜드 북섬의 와이토모 동굴을 탐험했던 기억이 났다.

머리를 갖다 대니 바람이 휙 분다. 동굴 내부가 막혀 있다고 들었는데, 이 바람은 어디에서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최재훈 주무관에 따르면 동굴 내부에서도 기류가 있다고 한다. 바깥과 기온 차가 나기 때문에 기류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개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낮은 포복으로 기어야 한다. 내가 기어서 통과해야 다른 사람이 통과한다.

바닥은 질퍽했고, 때로는 미끄러웠다. 10여분 더 걸어 들어가니 동굴의 비경이 원형 그대로 펼쳐진다. 다양한 석순과 대형 종유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종유석이 커다란 고드름처럼 변한 '피아노 종유석'도 보였다.

백룡동굴엔 남근을 닮은 종유석도 많다고 들었는데 실제 남근석은 발견하지 못했다.

동굴 탐험 동안 최소 6∼7번의 낮은 포복 자세를 취해야 했다.

기기묘묘한 동굴 내부.
기기묘묘한 동굴 내부 (사진제공=연합뉴스)

자연히 평소 잘 쓰지 않던 근육을 마음껏 썼다. 때로는 게처럼 엎드린 채 좌우로 움직여 이동해야 했다. 카메라와 가방이 바닥에 끌렸다.

그러기를 50여분, 동굴 끝에 이르러 약간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완벽한 어둠을 체험해 보라는 해설사의 제안에 모두 헤드 랜턴의 불을 끄고 앉았다.

마지막으로 해설사가 가진 대형 불빛이 아주 서서히 어두워졌고 이내 완전히 암흑이 됐다.

밝은 빛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아주 특이한 느낌을 줬다. 삶이 끝날 때 이런 기분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빛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탐방객들이 완전한 어둠 속에서 잠시 명상시간을 가진 뒤 다시 불을 켜고 이동하고 있다.
탐방객들이 완전한 어둠 속에서 잠시 명상시간을 가진 뒤 다시 불을 켜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완벽한 어둠 속에서 동굴 어디에선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온전히 나 자신만으로 돌아온 시간이다.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가운데서, 마음의 평안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큰 여운이 남았다.

◇ 어름치마을

헤드랜턴이 하나둘씩 켜지고, 짧은 어둠은 끝이 났다.

잠에서 깬 듯 일행은 다시 역순으로 낮은 포복을 수차례 거듭한 뒤 동굴 입구로 나갔다.

동굴에서 나오니 후텁지근한 바람이 훅 불어온다. 탐사복을 벗는데 다른 사람들은 속옷 차림이다.

"왜 옷을 다 입고 탐사복을 입었어요?" 한 명이 묻는다.

드라이 백을 챙기느라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은 탓이다. 속옷에 탐사복을 바로 입었더라면 얼마나 가뿐했을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문희마을을 떠났다. 문희마을 초입은 동강의 비경을 담은 어름치마을이다.

어름치마을의 상징 어름치 구조물
어름치마을의 상징 어름치 구조물 (사진제공=연합뉴스)

천연기념물 제259호인 어름치에서 이름을 따 왔다.

어름치는 하천 중상류의 물이 맑고 자갈이 깔린 곳에 사는 몸길이 15∼40cm가량 되는 물고기로, 예전에 동강에서 자주 잡혔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름치 마을을 '생태 모델 마을'로 지정했다. 이 마을은 동강과 기화천의 합류 지점에 형성돼 천렵을 즐기기 좋다.

동강과 만나기 직전의 계곡은 서늘한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물속으로 들어가 간단한 견지낚시 채비라도 드리운다면 더위와 물고기 2가지를 다 잡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상류의 송어양식장에서 달아난 송어를 낚을 수도 있다.

물고기를 잡지 못했더라도 아쉬워하지 말자. 캠핑장 앞의 작은 연못에는 대형 송어가 살고 있다.

이곳에서 낚시체험을 할 수 있다. 대형 송어의 강렬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이밖에 이 마을에선 동강 자체를 온몸으로 느끼는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동강의 래프팅은 너무 유명해서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다.

황새 여울은 물속 곳곳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자리 잡고 있어 스릴을 만끽하기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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