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콜 오브 와일드'(The Call of the Wild)에는 주인공 존 손턴(해리슨 포드 분)이 벅이라는 개와 함께 카누를 타는 장면이 나온다. 워낙 인상적인 장면이어선지 이 장면은 영화의 대표 포스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름다운 알래스카의 청량한 계곡을 배경으로 카누를 타는 모습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장면으로 손꼽힌다.

영화 덕분인지 최근 국내에서도 견공들이 카누를 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서페퍼'의 주인공 서페페가 견주와 카누를 타고 있다.  

한껏 멋을 부린 댕댕이들이 주인이 끄는 카누에 앉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들이 최근 SNS에 올라오자 반려견주들의 반응이 뜨겁다.강원도 홍천에서 카누 강습을 하는 캐나디언 카누클럽 이재관 대표가 공개한 사진들이다. 이 대표가 공개한 사진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이전에 촬영된 것들이다.

카누는 자신의 근력에 의지해 물 위에서 균형을 잡고 노를 저어 나아가는 수상 레포츠로, 짜릿함과 평온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타인과 접촉이 두려운 요즘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적합한 아웃도어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글을 쓴 강아지 서페퍼 (사진제공=연합뉴스)

특히 스키 선수들이나 쓸 법한 고글을 한 강아지들이 카누에 앉아 있는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서페퍼'라는 이름의 보더콜리 견종의 반려견이 카누를 타는 모습은 미소를 띄게 한다.

솜사탕 같은 반려견(사진제공=연합뉴스)

◇ 반려견과 '나만의 카누' 즐기는 사람들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유원지는 카누 명소로 자리 잡은 곳이다. 캐나디언 카누클럽의 이 대표는 이곳 마곡유원지에 1994년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수상 레포츠인 카누를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강습과 투어링을 해오고 있다. 덕분에 저변 인구도 점차 늘어났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최근 반려견과 함께 '나만의 카누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 블로거가 반려견과 카누를 타는 사진이 SNS에 올라간 뒤 반려견과 카누를 타겠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특히 고글을 쓰고 타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반려견주들이 친구처럼 생각하는 반려견들에 멋진 패션 소품을 씌워준 것이다. 이 대표는 "올해 들어 영화 덕분인지 특히 반려견주들의 카누 라이딩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달 들어만 해도 10여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반려견주들은 반려견에게 고글을 씌워준 것이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반려견들은 햇볕에 민감해 눈이 상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껏 멋을 부린 반려견 (사진제공=연합뉴스)

◇ 대형견 비율 높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형견의 카누 라이딩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카누를 타러 오는 고객 반려견의 60% 이상이 중·대형견이다. 이는 중·대형견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반려견을 받아주는 위락시설조차도 대형견은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강사모(강아지사랑모임) 최경선 대표는 "카누가 반려견들이 주인과 함께 레저를 즐길 방법으로 떠오른 것이 기쁘다"면서 "더 많은 종목으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글을 쓴 반려견 (사진제공=연합뉴스)

◇ 반려견주들이 카누를 좋아하는 이유

반려견주들이 이곳을 좋아하는 것은 배바위 때문이다. 한 시간가량 거리에 있는 명소 배바위는 높이가 10여m, 길이 40m 정도 되는 배 모양을 한 바위다. 커다란 바위 위에 뿌리를 박고 있는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돛단배 같은 느낌도 들어 동네의 명소로 꼽힌다.

반려견주들은 인적이 없는 이곳에 목줄을 푼 채 반려견을 마음껏 뛰어놀게 할 수 있다. 특히 물을 좋아해 '물트리버'라는 별명을 가진 리트리버 종류는 카누와 너무 잘 맞는 견종이다. 카누가 목표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카누에서 뛰어내려 강물에서 헤엄을 치기도 한다.

리트리버를 키우는 이복남 씨는 "코로나 시대 종일 아파트에서 갇혀 지내야만 하는 반려견들과 탁 트인 공간에서 함께 아웃도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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