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조달이 한 해 두 해 있는 일이 아닌데 어쩌다 또 이런 사태가 빚어졌는지 황당할 따름이다. 민족 대이동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두고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발병하는 이른바 트윈데믹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불청객 독감이 어느 때 보다 유독 신경이 쓰이는 계절이다. 거의 8개월째 코로나19 때문에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것이 곤욕이다. 때문에 감기에 걸릴까 봐 조심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 지난 8일 유아부터 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생후 만 6개월에서 18세와 만 62세 이상 어르신 등 1천900만 명이 접종 대상이다. 전체 인구의 약 37%라고 한다. 독감은 치료제가 있어 전 국민이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지만 백신 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올해는 많다.

그런데 정부가 올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 계획을 갑자기 일시 중단시켰다. 이유는 독감 백신의 배송 과정에서 냉장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조달 계약을 맺은 '신성약품' 업체의 배송 관리 헛점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성약품은 무료 접종에 앞서 백신 1천259만 도즈(1회 접종분)를 각 의료기관에 배분한바 있다. 그런데 일부 물량 가운데 "냉장차가 백신을 지역별로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일부 제품이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됐다.

구체적인 노출 시간, 여부 등 자세한 사항은 조사 중이다.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단백질 함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또 백신의 단백질 함량만의 문제 일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 광범위한 검사로 제품 전반의 품질을 확인키로 했다.

일단 접종이 보류된 500만 명분 가운데 문제된 상온 노출 물량에 대한 유통과정 전반과 품질 이상 여부 등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독감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올 독감 접종 계획 차질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게 되면서 코로나19 차단에 일부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게 됐다. 질본청은 접종 일정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부분에 대해서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독감 무료백신 접종은 일시 중단됐지만 유료 접종은 계속 진행된다.

보건당국은 22일부터 18세 이하 소아·청소년(2002년 1월 1일∼2020년 8월 31일 출생아)과 임신부를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이번 접종 중단 사태는 13∼18세 대상 물량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어 접종이 전격 중단됐다.

독감 백신 배분의 기본을 지키지 않고 나태와 무신경으로 독감 백신을 취급한 민간 업체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백신 공급에 차질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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