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호 합참작전본부장이 24일 오전 국방부에서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영호 합참작전본부장이 24일 오전 국방부에서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충남일보 김인철 기자] 연평도에서 실종 공무원이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청와대 역시 24일 평화 구상 파장 등을 우려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전날 오후부터 각급 회의를 쉼 없이 이어가며 정보를 분석·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을 비롯해 각급 부처 관계자들이 전날 심야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이날 이른 오전에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청와대에 모여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또 평소 목요일 오후 3∼4시께 열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정례 회의를 앞당겨 이날 정오에 개최하기로 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NSC 상임위 회의에서는 군과 정보당국의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대처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청와대는 이번 사안이 갖는 민감성을 고려해 공식 반응을 삼가는 등 최대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실종된 공무원의 월북 시도 여부나 경위 등 쟁점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국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총격 사망하고 화장까지 됐다는 것 자체만으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악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지 불과 하루 만에 피격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역시 수세에 몰리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북한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도 종전선언을 운운했다. 참으로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사진=연합뉴스]
청와대.[사진=연합뉴스]

또 북한이 총격을 한 곳이 '해상 완충구역'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서의 적대행위 금지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처럼 북한이 남북 합의 정신에 반하는 행동을 한 상황에서 단호한 대처를 하지 못한 채 무른 대응으로 일관하거나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일 경우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등 부담도 안게됐다.

더우기 이번 사건이 '제2의 박왕자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 개선은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 도중 박왕자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면서 금강산 관광이 완전 중단되는 등 남북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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