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중국 고전 채근담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말이 있다. '남을 대하기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해야 한다' 는 뜻이다. 이 교훈의 정반대인 '춘상추풍'(春霜秋風)은 '자기에게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남에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찍이 예수도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널빤지)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성경 말씀도 있다. 사실 평범한 사람은 이러한 교훈을 지키기가 어렵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잘못은 이런저런 변명과 남 탓을 하며 관대하게 넘어가지만 다른 사람의 사소한 잘못은 냉혹하게 비판하는 속성이 있다.
우리의 속담에도 이 같은 교훈을 빗댄 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 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공정을 유별나게 내세운 현 정권이 나를 남보다 더 엄격하게 다루는 공정한 정권이라는 메시지를 정권 초기에 국민에게 주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검찰총장 임명 때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43대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검찰 수장의 2년 임기가 시작 할 때다. 문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도록 하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3년이 훨씬 지나 임기말이 다가오는 현시점에서 되돌아볼 때 집권층의 실제 행동은 이런 교훈과는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었다.
지난 정권이 한 일이라도 잘한 일은 계승하고, 못한 일은 고쳐나가면서 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소임인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현 정권은 과거 정부가 한 일을 소위 적폐로 몰면서 춘상추풍 처럼 '남의 일을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다루는 정책을 펼쳐왔다.
반면 현 정부 편에서는 '자기편은 봄바람처럼 관대'하게 대하는 춘풍추상의 일을 하다가 국정의 난맥상을 보여준 꼴이 한 두 가지가 아니였다. 이런 노골적인 편 가르기 때문에 현 정부는 집권 3년 내내 국민통합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한 국정 분위기를 조성했다.
게다가 경재가 어렵고 젊은이들의 일 자리가 없어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몰려와 나라가 위기상황에 처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런 고난 속에서 현 정부는 현금 살포로 방만한 지출을 하는 바람의 나라에 곳간이 허물어지고 후손들에게 엄청난 빚을 넘겨주는 상황으로 치닫게 했다.
이런 현금 살포는 후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로 떠안게 돼 갈등마저 우려되는 판국으로 몰고 갔다. 중산층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세금과 부담금에 경악해야 할 형편이 괬다. 이러한 많은 정책 실패에도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살은 현 정부의 민낯은 '내로남불'의 특권적 행태로 돋보였다.
그런데도 특권측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사과는 고사하고 "사실이 아니다" 하는 식으로 버티고 있고 심지어는 국민을 조롱하기에도 서슴지 안 했다. 그래서 현 정부의 '공정'이라는 단어는 그 의미가 완전히 희화화됐다.
문 대통령만 해도 최근 '청년의 날' 기념식의 연설에서 '공정'을 무려 37번이나 썼기에 공정이 중요하다는 게 보여준 대목이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번지르르한 말만 앞세웠을 뿐 춘풍추상의 뜻을 새겨 국민을 관대하게 섬기고 스스로에게는 서릿발 같은 자세를 취하지 않아 얼마 남지 않은 임기가 떳떳하게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공정한 사회의 기본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관된 기준을 지키는 것이다. 누가 무어라고 해도, 공정과 정의는 우리 사회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가치이다. 일관된 기준이 없을 때 국민들은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끼고 분노할 것이 뻔하다.
누가 무어라고 해도, 공정과 정의는 우리 사회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가치다. 공정성 시비로 사회 전체가 홍역을 치르는 사례가 더 이상은 나오지 않기를  국민들은 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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