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 김일환 기자] 대전과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창경센터) 전담 대기업인 SK가 6년간 단 한 푼의 지원금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17개 창경센터 센터장 대부분이 관련 대기업 퇴직자 중심으로 채워진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황운하의원(대전 중구)에 따르면, 전국 17개 창경센터 대기업 지원금은 2015년에 총 327억원 규모였으나 2017년 125억원, 2018년에는 67억원, 지난해는 52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첫해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2020년 기부금 총액은 연말에 결산할 예정이나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A 혁신센터장은 “현재까지 기부금을 받은 곳이 서너 곳에 불과하다”면서 “혁신센터에 배치한 직원까지 철수시키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핵심 국책 사업으로 급조된 창경센터는 2014년 말부터 1년여에 걸쳐 순차 설립됐다. 지역별 전담 대기업과 매칭을 이뤄 초기 벤처기업인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취지였으나, 파트너 대기업들도 떠나고 있다. 

게다가 창경센터는 ‘최서원(최순실)-차은택’으로 이어지는 국정 농단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갈수록 외면 받고 있다. 대전·세종에서 창경센터를 운영하는 SK는 지난 2016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3주년 기념 대전 창경센터 방문에 맞춰 최태현 그룹 회장도 배석했다. 

총수인 최태현 회장이 내려갈 정도로 SK측에서는 “창조경제에 매진하고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홍보에 열중한 바 있다. 당시 최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죄로 재벌 총수로는 2년6개월이라는 최장기 복역 기록을 세우다 바로 직전 해였던 2015년 광복절을 맞아 특별 사면된 직후였다. 

황 의원이 전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창경센터의 경우 지금까지 국비와 지방비 159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관련 대기업(SK)에서는 첫해부터 단 한 푼의 기부금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전 창경센터 역시 개소 이후 지금까지 200억원에 달하는 혈세가 투입된 반면, SK에서 낸 지원금은 전무했다. 전남 창경센터 역시 파트너 대기업인 GS에서 설립 첫해인 2015년, 31백만원을 지원한 게 전부다. 

대기업이 아예 지원을 중단한 센터는 2018년 기준 전체 17곳 중 대전과 세종, 경북, 전남, 제주, 충남 등 6곳, 2019년에는 대전, 세종, 강원, 경남, 경북, 전남, 인천, 제주 등 8곳으로 늘었다.

한편 대전과 세종 창경센터의 역대 센터장 4명은 모두 SK 퇴직 간부 출신으로 밝혀졌다. 다른 센터도 마찬가지다. 대전과 세종 창경센터 뿐만 아니라 거의 전 센터에서 매번 채용비리가 적발되나, 솜 방방이 처벌에 그쳤다. 

대부분 센터장 자리가 대기업 퇴직자들의 재취업 수단으로 전락되고, 그들이 받는 억대 연봉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대전이나 세종 창경센터에 파견된 SK 직원 인건비까지 혈세로 부담하는 꼴이 된 셈이다. 

심지어 세종 창경센터 전 센터장(최길성)의 경우, 과거 중기부 감사에서 수십 건의 지적사항이 발생해 기관 경고 및 문책 요구를 받았지만 연임까지 하고 물러났다. 지자체 출자 기관이나 공사가 그 정도의 감사를 받았으면 벌써 파면됐을 상황이다. 

황운하 의원은 “창경센터는 대기업이 손을 떼거나 지원 예산이 급감하면서 만성 사업비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방의 스타트업 벤처 창업 열기를 높이고 창업 허브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운영권과 감독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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