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비뽑기로 유명한 우리나라가 이번에는 전세를 얻기 위해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결정하는 이상한 풍경이 나놨다. 최근에는 카투사병 선발, 군 입영날짜 선발, 학교에선 코로나19 때문에 누가 밥을 빨리 먹을지 제비뽑기로 학급별 배식 순서를 정하기도 했다.

또 방과후 수업이 축소되면서 일부 학교에선 방과후수업 강사들이 한정된 수업을 누가 맡을지를 제비뽑기로 정한다고 한다. 아파트 분양을 받을 때 제비뽑기인 컴퓨터 추첨은 보통의 일이 됐다.

이같은 제비뽑기가 부동산까지 침투한 것은 전세 매물이 귀한데 기존 세입자가 해당 시간대에만 집을 보여 줄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풍경이다. 생계가 제비뽑기에 달린 셈이나 다름이 없는 게 현실이 됐다.

최근에는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법이 개정된 후 전세 품귀 현상이 심각해 지자 일부 부동산 중계업소에서 전세물이 나오면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결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서울의 한 아파트 전세 매물이 나오자 9개 팀이 한 곳의 전세물을 놓고 중개업소에서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정했다.

정말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부동산계약이 생겨났다. 주택 시장에 나오는 매물 자체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이런다보니 전셋값도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 현상도 나왔다. 부동산 사태가 이 정도에 이르렀으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아니가 싶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전세 물량이 예년보다 적지 않다”, “전세시장이 지금은 불안하지만 몇 개월 있으면 안정될 것”이라고 엉둥한 말을 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대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세난 사태를 무겁게 받아 들인다”고 김 장관과는 다른 방향으로 말했다. 전세 값이 치솟는 것도 그렇치만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르고 있어 더 더욱 야단 이다.

정부는 표준임대료 도입 등 또 다른 통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전세난을 부른 정부의 잘못된 제도와 법을 뜯어 고치지지 않는 한 전세대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청와대 청원에는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에 관한 글이 봇물이 터지고 있다. 노력으로 집 살 수 있는 사회로 돌아 갔으면 좋겠다는가 하면 부동산 값의 폭등을 원상 복구해달라는 원성이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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