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본사 대기자

국회가 국정을 살피는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국정감사다. 이 감사는 모든 부처가 나라살림을 제대로 잘 하는지 들여다보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시정토록 하는 이른바 국민의 살림을 잘하고 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행사다.

이번 21대들어 처음 시행된 국정감사는 유사 이래 첫 비대면을 감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만연한 신종 감염병으로 큰 어려움 속에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왕래 제약의 비대면 화상 국정감사까지 등장했다.

엄중한 국내 상황 역시 가급적 대면을 줄이고 불요불급 상황에서만 대면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국정감사는 여대야소 상황인데다 굵직굵직한 현안이 겹쳐 시작부터 여야 정치권의 신경전이 매우 거쎄다.

이 때문에 정부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는 국정감사가 적지 않은 제약 속에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해마다 지적되는 감사 본질에 대한 시비가 이번 국감에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른바 소통없는 호통 국감이 그것인데 감사를 받아야 하는 피감 기관을 앞에 놓고 소리만 지르는 모습이 적지않게 노출되면서 준비없는 국회의 성과없는 국감이라는 볼멘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감염병 출현과 옥죄는 위협 속에 가뜩이나 어려워진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보듬는 좀 더 따뜻한 국정 감사가 어울릴 듯하지만 여지없이 달라지지 않는 호통 국감이 되면서 가뜩이나 위기에 대응 하느라 피곤해진 피감 기관들의 속앓이도 더욱 커졌다.

곳곳에서 터진 호통 국감에는 지역과 여야를 막론하고 국감장을 정쟁 장소로 착각할 정도로 타들어가는 국민들의 짜증을 일으킬 정도다. 마치 목소리가 커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이라도 한 모양이다.

여당 의원도 야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정쟁은 그 결과로 판단되고 진실 여부는 한참이나 지나서야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현장에서 호통만 치는 그런 감사 현장의 모습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어느 피감기관 관계자는 "국감 현장을 마치 범죄 수사를 받는 수사기관으로 착각할 정도의 상황도 있었으며 마치 죄인이라도 되는 듯한 극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을 정도다.

피감기관을 다루는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인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마치 모든 국민이 그렇다는 식의 표현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장면도 있다.

이런 면면을 보는 국민들은 매우 통탄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가혹할 정도로 제약받는 삶의 현장에 대한 절박함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 공분이 커지고 있다.

호통만 가득하고 여야 정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국감 현장에선 어디에서도 소통이나 민생은 찾아볼 수 없다. 매우 큰 슬픔이고 비극이다.

새삼스럽게 높이 평가해서 이런 푸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새삼 기대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어려운 상황이니 달라진 모습을 기대라도 해서 하는 말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결론이 최종 국정감사 평가에서 확인되면 우리 정치 수준이 개선될 희망은 아직은 없는 것이려니 해야 할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만 뜨면 국회는 매우 심각하고 엄중하다. 저마다 국민을 위한 엄중한 일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만 그럴 뿐이다. 행동은 따로 놀고 있으니 이런 모습의 국회를 더 이상 민의의 전당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나라살림 안에는 그들이 받아가는 세비도 있다. 그 액수가 적지않은 것은 국민이 위임한 역할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뜻이다. 더 이상 기만에 숨는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 국정감사 평가를 매우 객관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에 대한 가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들의 임기가 한참이나 남아 있다지만 선거가 또 다가오고 있어서 내년부터 줄줄이 정당 지지를 확인하는 선거들이 줄지어 있다. 

오만과 독선의 맛에 녹아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는 국회가 되지 않으려면 이번 국감을 보는 세간의 평가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