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임명섭 주필

세계에서 가장 큰 물류 회사는 미국 UPS다. 이 택배 회사는 4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드론 택배 시험비행에 성공한 업체로도 유명하고 했다. 우리나라 택배맨 1호는 60년 전 '미스터 미창(한국 미곡창고주식회사)'인 현재 CJ대한통운이다.
전화기도 보기 힘들던 시절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미스터 미창은 2년 뒤 서울과 부산에 하여 급소를 개설, 수하물 운송과 보관 업무를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활약에 들어갔다.
택배산업은 1992년 한진 '파발마'의 등장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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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특송, 현대택배, 우체국 택배 등이 뒤를 이어 나왔고 택배산업이 고도성장기로 접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터넷, 홈쇼핑, 스마트폰 보급에 힘을 입어 택배산업은 폭발적인 수요가 불어 났다.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기록이었다. 최근에는 택배 물량이 코로나19 이후에는 해외 직구까지 겹쳐 물량이 어마어마했다. 9년 전에는 2억 개에 불과했던 택배 물량이 지난해는 27억 9000만 개로 10여 곱 이상으로 부쩍 늘었다.

시장규모 역시 6000억 원대에서 6조 3천3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숨이 먹 찰 정도다. 그래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두고 일각에선 ‘구조적 타살’로 규정하고 있기도 했다. 그만큼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 종사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올 들어 10여 명이 과로사로 숨져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어 안타까움을 더 했다. 이런 고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는 예견된 일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죽음의 행렬’을 지켜봐야만 하는지 저절로 한숨이 나올 정도다. 사람이 여럿 죽고 나서야 무언가가 잘못돼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과중한 업무의 핵심은 택배 분류작업이다.
하루 평균 13~16시간씩 일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택배 물량 분류 작업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수입은 분류 작업과는 관계없이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는 열악한 노동 실태가 문제다.
택배 노동자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는 근본 원인은 유통물량의 폭증에 따른 인력 충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택배 현장의 실태다. 택배 종사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목숨을 잃는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물류 분류와 배달 업무를 이원화해야 과로사를 막을 수 있으나 회사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 택배 종사자들은 손이 딸리자 가족까지 동원, 분류 업무에 나서 과로사를 이겨내고 있다.
과로로 목숨을 잃는 택배 노동자가 나오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은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올 국정감사장에 택배
회사 대표들을 불러 이들의 사망에 대한 원인 규명과 대책 촉구를 계획했으나 단 한 명의 대표가 나오지 않아 공론화 기회를 놓쳤다.
이런 지경에 지금은 ‘총알’ ‘로켓’ ‘당일’ 등의 이름이 붙는 초고속 배송으로 급발전되어 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물건이 빨리 와서 좋지만 이 때문에 사람의 목숨까지 희생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호황의 이면에는 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 근로자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사과와 개선 다짐이 일회성으로 끝날 경우 택배 근로자들의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기업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이 손잡고 근로 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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