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의 10대 중반 모습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체사진이 확인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관순 열사의 10대 모습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체사진이 공개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남일보 우명균 기자] 근대기 충남도민의 삶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진이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특히 이 사진들 중에는 공주 영명학교 재학 시절 유관순 열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함된 사진이 있어 주목된다.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은 28일 오후 2시 충남역사박물관에서 ‘충남인의 100년 전 생활상’ 특별 사진전을 개막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11월29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논산 출신으로 언론계에 몸 담았던 임연철 박사가 ‘이야기 사애리시’를 집필하며 지난해 미국 드루대 감리교 문서보관소 현지 조사에서 다량의 충남 관련 사진자료 등을 발견함에 따라 기획했다.

사애리시 여사는 1900년부터 39년 간 공주를 비롯한 충남 지역에서 활동한 캐내다 출신 감리교 선교사로, 실제 이름은 앨리스 H. 샤프(1871-1972)다.

사애리시 여사는 특히 천안 지역 선교 활동 중 유관순 열사를 만나 유 열사를 영명학교에서 교육시킨 후 서울 이화학당으로 편입시킨 인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전시 사진은 1900년대 초반 사애리시 여사를 비롯한 미국 선교사 등이 충남에서 활동하며 촬영한 사진 중 일부다.

임 박사가 드루대 자료 열람 중 휴대폰으로 재촬영한 사진과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드루대에서 직접 받은 원본 스캔 디지털 사진 등 120장으로, 대부분 이번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15년 7월 영명학교 여학생과 교사가 함께 찍은 사진이다. 1902년 천안에서 태어난 유 열사는 13세인 1914년 공주 영명학교에 입학한다. 유 열사는 2년 동안 영명학교를 다닌 후 1916년 이화학당 보통과 3학년에 편입한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이 사진 속에 유 열사가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로 촬영 시기가 유 열사의 영명학교 재학 시기와 겹친다는 점을 들었다. 사진 속에 유 열사의 영명학교 입학과 이화학당 편입을 추천한 사애리시 여사가 담겨 있는 점도 근거로 내놨다.

민정희 충남역사박물관 관장은 “1915년은 일반인이 사진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시기로, 학교의 이벤트와도 같았을 단체사진 촬영에는 전원이 참가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마침 이 해는 유 열사가 영명학교에 재학하던 때”라고 말했다.

민 관장은 “유 열사의 집은 천안으로, 영명학교는 인근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다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단체사진을 찍는 날 결석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병희 원장은 “전문가를 통해 수형복 입은 유 열사의 얼굴과 사진 속 학생들 얼굴을 대조한 결과 유 열사로 추정할 수 있는 인물이 있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그러나 10대 중반에는 얼굴과 체형 변화가 크기 때문에 두 사진 비교만으로 특정 인물을 유관순 열사로 지목하고 공개하기에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추후 과학적인 비교 연구를 통해 유 열사를 찾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미국 드루대에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연구진을 보내 유관순 열사 사진을 추가로 찾고 근대 충남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재봉틀을 지고 가는 남자.
재봉틀을 지고 가는 남자.

전시 사진 중에는 ▲1919년 2월 15일 공주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행사 ▲마을 입구 장승, 솟대, 서낭당 ▲굿하는 모습 등 민속 사진도 눈에 띈다.

유적 사진으로는 ▲공산성 공북루 ▲공주 옛 충남도청 정문 ‘금남루’ ▲논산 관촉사와 석조미륵보살입상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 등이 있다.

당시 도민 생활 관련 사진은 ▲볍씨 뿌리는 농민 ▲새참 먹는 농민 ▲벼 타작 농민 ▲공주 금강 나룻배 ▲승용차를 구경하는 모습 등을 전시했다.

교육 관련 사진 중에는 영명학교 여학생 단체사진 외에도 태극기를 뒤쪽에 교차로 세워 놓고 기념사진을 찍는 남학생들 모습이 주목되며 기숙사 생활과 식목 행사, 축구와 야구 경기, 수업 모습 등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28일 특별전 개막식은 이우성 도 문화체육부지사, 김정섭 공주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충남역사박물관에서는 특별전과 함께 국화 전시회를 진행한다. 다음 달 11일까지 여는 국화 전시회에는 대형 조형국 15점, 화단국 2500점, 분재국 100점, 입국 90점 등을 전시했다.

특별전과 국화 전시회는 마스크만 착용하면 행사 기간 매일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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