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곽(淫羊藿)에 대한 약간 낯 뜨거운 이야기 한 토막. 옛날 중국 쓰촨 지방에 양을 치는 노인이 있었다. 수많은 양 가운데 유독 암컷 양들에게 인기 많은 수컷이 있었다. 그 숫양은 연일 양과 교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힘차게 산을 오르고 내려갔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노인은 숫양이 숲속 깊은 곳에서 정신없이 뜯어 먹는 풀을 보았다. 노인은 그 풀을 뜯어 먹어보았다. 그러자 노인은 힘이 세지며 정력이 왕성해졌다. 노인은 다시 청춘을 되찾아 새 장가를 들고 아들까지 낳았다. 이에 음탕한 양이 먹는 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 중국 명나라 때의 백과사전인 ‘삼재도회(三才圖會)’에 실린 내용이다.

음양곽은 이름처럼 효능도 노골적이다. 동의보감에는 “모든 냉증, 풍증, 노쇠한 기운을 치료한다. 허리와 무릎을 보익하고, 남자의 양기가 끊어져서 발기되지 않은 것과 여자가 음기가 끊어져서 자식이 없는 것, 노인이 노쇠해 어지러운 것, 중년의 건망증을 치료한다”고 적었다.

음양곽
음양곽

영미권에서도 발정난 염소 풀(Horny Goat Weed)이라고 불리며 알약이나 가루 같은 관련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방에서는 음탕한(淫) 양(羊)이 먹는 풀(藿)이라고 하여 ‘음양곽’이라 하여 자양강장제로 쓴다. 민간에서는 가지가 3개로 갈라지고 각각의 가지마다 3장의 잎이 달리기 때문에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통은 물에 달여 마시지만 술을 담가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삼지구엽초로 담근 술은 선령비주라 하여 으뜸가는 강정 약술로 꼽힌다.

음양곽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4년 등소평이 백두산 자생 삼지구엽초를 주원료로 한 술을 반주로 마시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부터다. 중국, 일본, 유럽 등지에 주로 분포하는 음양곽은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북지방의 산기슭에서 많이 나온다. 해발 100~1,200m의 나무 밑에서 잘 자란다. 근래에는 재배를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음양곽을 동물에게 먹이면 성욕이 왕성해지고, 음양곽에 들어 있는 성분인 에피메딘을 개에게 주사하면 정액이 훨씬 많이 분비되고 교미 시간도 늘어난다. 개와 흰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음양곽의 강정 작용이 정액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지각을 자극해 간접적으로 성욕을 흥분시키는 다는 작용을 하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순환기 계통에도 영향을 미쳐 고혈압을 일으킨 생쥐에게 성분을 주사하자 혈압이 내려갔고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작용도 확인됐다. 또 신경쇠약, 히스테리, 건망증과 무력증, 월경장애, 이명, 현기증 치료 효과와 바이러스에 대한 억제 작용도 있는 약초로 인정받고 있다.

흔히 정력은 성적인 힘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의 원동력이 되는 정신과 오장 육부의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원기를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기운이 제 기능을 하고 충만할 때 비로소 생식활동이 활발해지는 이치를 생각한다면 음양곽을 단순한 정력제로만 볼 일은 아니다.

야생식물 중에 스태미나 재료로 종류가 여럿이 있다. 하지만 정력이란 결국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정력에 좋은 식품은 몸에도 좋은 음식이다. 정력 식품이 일시적인 정력에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규칙적인 식생활습관과 유/무산소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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