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오는 중국이 원산이다. 고대 의학서 ‘황제내경’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오래 묵었을수록 영약이 되는 약재 중 하나다. 무협소설에서는 백년 단위의 하수오에서 ‘천년 하수오’, ‘만년 하수오’도 나온다. 하수오의 이름과 효능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얘기가 전한다. 중국에 60살 가까이 나이를 먹도록 결혼을 하지 못한 하씨 성을 가진 노총각이 있었다. 우연히 하수오 뿌리를 먹고 회춘해 아이를 낳았으며 130살까지 머리가 검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河)씨 머리(首)는 까마귀(烏)처럼 검다고 해서 하수오라고 불렸다.

하수오를 장복하면 머리카락이 희어지지 않고 정력이 감퇴되지 않는다고 하며 인삼, 구기자와 함께 강장제로 알려졌다. 한의학적으로는 간과 신장을 보(補) 하는 데, 특히 탈모에 효과가 좋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 최근에도 주로 탈모 환자에게 많이 쓰인다. 또 하수오의 원래 이름은 ‘야교등’이었는데 이는 밤에 등나무가 엉킨 것처럼 성관계가 왕성해진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흔히 하수오와 백수오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둘은 사실 과(科) 수준에서 차이가 나는 식물이다. 하수오는 마디풀과, 백수오는 박주가리과에 속한다. 백수오가 길쭉한 모양을 하는데 비해 하수오는 대개 덩어리진 고구마 같은 것이 여러 개 연결된 모습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고구마와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 중부 이남에서 많이 자라는 백수오와 달리 하수오는 강원도나 그 이북에서 자란다고 ‘동의보감’에서부터 언급하고 있다. 백수오는 자양, 강장, 보혈, 정력 증진 등의 효능이 있고 종기를 가라앉히는 작용도 한다. 조선시대 한의학자 이제마는 백수오를 인삼에 견주며 자주 처방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하수오를 대체할 수 있는 약재로 취급되는 정도였지만, 백수오가 여성 갱년기 질환에 좋다는 말이 퍼지자 원래 유명한 약재인 하수오와 연관 짓고자 백하수오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아예 백수오와 하수오가 같다고 하는 경우도 많고, 백하수오라는 말이 많이 쓰이자 구별을 위해 원래 하수오였던 것을 적하수오로 부른다. 한술 더 떠 백수오가 워낙 유명해지니 하수오를 적수오라고 줄여서 백수오, 적수오로 부르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은 틀렸다. 하수오는 하수오, 백하수오는 백수오일 뿐이다.

하수오 뿌리의 모습. 백수오가 길쭉한 모양을 하는데 비해 하수오는 덩어리진 모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수오 뿌리의 모습. 백수오가 길쭉한 모양을 하는데 비해 하수오는 덩어리진 모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정력제나 자양강장제로 쓰이는 하수오와 여성 갱년기 질환에 좋다는 백수오는 주목받는 효능이 다르다. 실제로 약학적 분석으로 나타난 주요 약효성분이 하수오는 에모딘이라는 강한 살균작용 등이 있는 물질, 백수오는 프라그난이라는 강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물질이다. 백수오가 갱년기에 좋다는 말도 이 항산화 성분 때문으로 하수오와 별 상관이 없다. 수년전 백수오가 독성이 없고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고 알려져 갑자기 붐이 일어났다. 그러나 백수오의 효능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 대부분이 백수오가 아닌 ‘이엽우피소’라는 가짜 원료를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는 백수오를 건강식품 ‘2등급’으로 분류한다. ‘2등급’만큼 효과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소수의 임상실험이 있으나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었다 볼 수 없음’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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