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제공=연합뉴스]

“여성을 해방한다는 것은 여성을 남성과의 관계에 가둬놓기를 거부하되 그 관계를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20세기 페미니즘의 선구자였던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가 자신의 대표작 ‘제2의 성’에서 갈파했던 말이다.

1949년 출간된 이 책은 프랑스 가부장 사회에 떨어진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어 이후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다’는 명언도 널리 알려졌다. 여성이 선천적으로 태어난다기보다 후천적으로 길러진다는 뜻이다.

‘제2의 성’이 처음 나올 때만 해도 프랑스 여성들의 입지는 매우 좁았다. 투표권을 얻은 지 겨우 4년밖에 되지 않았고, 1965년까지는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은행 계좌도 마음대로 열 수 없었으며, 이혼할 권리나 피임·낙태 권리 또한 인정받지 못했다.

‘제2의 성’은 출간과 동시에 극심한 공격을 받았다.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남성 지식인들은 “프랑스 남성을 우습게 만들었다”며 비판을 퍼부었다. 바티칸 교황청도 곧바로 가톨릭 금서 목록에 올렸다.

보부아르는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와 당시로선 파격적인 부부 관계를 형성했다. 서로를 가장 중요한 상대로 여기되 자유로운 연애를 허용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이 또한 보부아르의 사상과 도덕성을 깎아내리는 빌미로 이용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철학·윤리학 교수인 케이트 커크패트릭이 2년 전에 집필한 책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은 이처럼 파격적인 보부아르의 삶과 사상을 총체적으로 다뤘다.

저자는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와 다른 연인에게 보낸 편지, 학생 시절 일기 등 비공개 자료, 양녀 실비 르 봉과 한 인터뷰 내용 등을 토대로 여성해방운동 선구자의 행로를 복원해냈다.

“보부아르는 생애 후기 자서전에서 자기 능력을 의심하는 비판에 맞섰고, 사르트르를 만나기 전부터 독자적으로 존재와 무를 사유해 왔으며, 사르트르와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지도 않았다고 명쾌하게 밝혔다”

저자의 말처럼 보부아르는 자신만의 독보적 사유를 전개하며 인생행로를 당당히 걸어갔다. 그에게 남편 사르트르는 견줄 데 없는 사유의 친구였고, 지적인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동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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