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덕과 인삼은 특유의 쓴맛을 내는 사포닌이 주성분이다. 사포닌은 암 예방, 콜레스테롤 배출, 면역력 강화 등 효능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방에선 더덕을 호흡을 돕고 기침을 멎게 하는 약재로 사용했다. 최근에는 더덕 속 이눌린 성분에 주목한다. 이눌린은 천연 인슐린으로 통할 정도로 혈당 조절을 도와 당뇨를 예방한다.

우리가 흔히 모래 사(沙) 자에 인삼 삼(蔘) 자를 써 ‘사삼(沙蔘)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은 잔대이다. 사삼은 모래밭(沙)에서도 잘 자라는 삼(蔘)이라는 의미가 있다. 더덕과 사삼(沙蔘), 즉 잔대는 생김새와 효능이 비슷해서 오용된다. 대부분 더덕을 사삼으로 잘못 알고 있다. 둘 다 초롱꽃과에 속하고, 뿌리가 삼처럼 길게 자라며, 폐를 촉촉하게 적셔 기침을 멎게 한다. 평소 마른 기침이 심하거나, 폐가 약한 태음인들에게는 더욱 좋은 약재가 된다.

더덕 뿌리는 도라지나 인삼과 비슷하다. 덩굴은 길이 2m로 보통 털이 없고 자르면 유액이 나온다. 때문에 더덕의 한약재 이름은 ‘양유근(羊乳根)’인데, 사삼’으로 잘못 유통되고 있다. 더덕은 약재라기보다 채소에 가깝다. 예로부터 무치고, 굽고, 튀기고, 절이고, 버무려 밥상에 올렸다. 뿌리를 자르면 양의 젖과 같은 즙이 나온다고 해서 양유근이라고 하지만, 사삼으로 오용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심지어 <동의보감>에도 사삼은 더덕이라 쓰여 있다.

<동의보감>의 탕액 편에는 거의 모든 약초가 수록돼 있는데 ‘사삼(沙蔘)’ 아래에 ‘더덕’이라고 표기돼 있다. 한글은 동의보감이 완성(1613년, 광해군 5년) 되기 전에 만들어졌다(1443년, 세종25년). 따라서 동의보감을 집필할 당시에는 한글이 존재했다. <동의보감>은 한자로 쓰여 있지만 백성이 향약을 쉽게 찾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목적에 따라 약재의 한자명 아래에 한글 이름도 함께 수록된 것이다.

사포닌 함량, 산삼의 2배....하동서 발견된 100년 묵은 ‘산더덕’(2020.1.3. 사진=한국전통심마니협회)
사포닌 함량, 산삼의 2배....하동서 발견된 100년 묵은 ‘산더덕’(2020.1.3. 사진=한국전통심마니협회)

이처럼 <동의보감>에 수록된 한글 이름은 간혹 오류를 보인다. 하수오도 그렇다. <동의보감>의 하수오 편에는 은조롱(백수오의 한글 이름)이라고 나오는데, 백수오가 아닌 적하수오의 효능을 수록했다. 당시 중국에서는 대가 하수오 하면 적하수오로 여겼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백수오를 사용하면서 은조롱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중국 서적으로부터 적하수오의 효능을 옮겨 적고, 한글 이름은 은조롱으로 잘못 기록한 것이다.

잔대는 더덕과 마찬가지로 순우리말이다. 이름이 생소한 이유는 더덕만큼 널리 활용된 식재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약성이 강해 오히려 약재로 많이 쓰였다. 대신 더덕에는 유즙 분비를 촉진하는 효능이 있어, 수유중인 아기 엄마가 먹으면 좋다. 예로부터 약초 중에 맛은 별로지만 효능이 좋은 것은 약으로 사용됐고 맛이 좋은 것은 음식으로 이용됐다. 사삼은 맛이 쓰기 때문에 약이 됐고 더덕은 맛이 달기 때문에 음식으로 주로 활용된 것이다. 요즘은 주변에서 쉽게 많은 약초를 구할 수 있다. 또 인터넷이 발달해서 약초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한약재를 일반인들이 알기에는 어렵다. 비슷하게 생겼기도 하거니와 그 많은 목록을 다 알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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