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葛藤)이라는 단어는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혔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한자로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이라는 글자를 조합한 것. 칡은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가고, 반대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덩굴을 감는다. 두 개체가 얽히면 아주 풀기 어려운 모습이 된다. 게다가 칡과 등나무는 서로 질기고 자르기도 굉장히 힘든 나무다. 그래서 갈등, 즉 칡과 등나무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서 서로 간의 의견 충돌 및 마찰에 비유하여 나온 말이다. 칡은 다년생 식물로 일본이 원산지다. 어지간한 겨울 추위에 강하고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생명력이 워낙 강해 주위 다른 식물들의 양분을 죄다 빨아먹는 탓에 칡덩굴이 우거진 곳은 금방 황폐화된다. 때문에 쓰임새가 많은 식물임에도 국내에서는 유해식물로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는다.

칡의 뿌리(갈근)는 봄과 가을에 캐서 잔뿌리를 뜯고 껍질을 긁어내 햇볕에 말려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한다.
칡의 뿌리(갈근)는 봄과 가을에 캐서 잔뿌리를 뜯고 껍질을 긁어내 햇볕에 말려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한다.

조선 세종 때(1436년) 전국에 칡뿌리를 캐서 먹는 법을 퍼뜨리면서 구황작물로 식용되었다. 이후 20세기 들어 농업 생산성의 향상 덕에 굳이 칡을 먹을 필요가 없어지자, 구황작물보다는 건강식품으로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칡뿌리의 녹말은 갈분(葛粉)이라 하며 갈분 떡을 만들거나 녹두가루와 섞어 갈분국수를 만들어 식용하고, 줄기의 껍질은 갈포(葛布)의 원료로 썼다. 칡은 간에 좋으며 피로를 푸는데 효율적이다. 한방에서는 칡뿌리를 갈근(葛根)이라는 약재로 쓴다. 숙취 해소에 탁월하고 발한·해열 등의 효과가 있어 몸살감기에 갈근탕 처방을 한다. 알코올 중독이나 숙취로 고생하는 경우에는 인삼이나 칡뿌리, 칡꽃 등을 생강, 대추와 함께 달여서 마시면 주독으로 인한 두통이나 머리가 무거운 증상을 없앨 수 있다. 꽃이 피는 6~8월에 야산에 올라가면 은은하게 풍기는 칡꽃 냄새가 향긋하다. 갈화라 부르는 꽃 부분은 말려서 차처럼 끓이며 뿌리를 삶은 물은 칡차로 마시기도 한다.

생 칡뿌리에서 짠 칡즙은 쓴맛과 함께 단맛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칡즙을 약으로 복용할 경우 한 달간 먹고 다시 한 달간 끊는 게 효율적이다. 아무리 약이라도 몸에 좋다는 이유로 몸에 들이붓다 보면 반대로 간이 칡즙을 해독하지 못하고 영양분이 배출되거나, 오히려 간이 약해질 수 있다. 또 칡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양이 석류보다 월등히 많다. 대두의 30배, 그리고 석류의 무려 625배에 달하는 에스트로겐을 함유하고 있다. 에스트로겐 성분은 여성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는데 특효이다. 칡즙은 폐경 신호가 나타나는 때부터 섭취하면 갱년기 증상을 예방하고, 폐경 이후 섭취 시에는 증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본적으로 칡 자체가 찬 음식이라, 칡즙을 마시면 체내의 열이 배출되는 것을 활성화하여 해열 효과가 있다.

칡에 들어있는 이소플라본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안정시키고 고혈압을 낮춘다. 특히 칡에는 사포닌도 많이 들어 있다. 이 사포닌은 인삼의 대표적인 약효 성분으로 혈액을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만드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칡즙도 인삼처럼 면역력을 높이고 암 발생을 억제하는 데도 아주 좋다. 자연의 흔한 선물 칡은 온갖 몸의 갈등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다. 그러나 몸에 좋은 음식도 과하게 먹으면 독이 되고, 체질에 맞지 않으면 드시지 않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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