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린 사이에 형성된 나노 단위 미만 선폭의 전도성 채널 (사진제공=IBS)
흑린 사이에 형성된 나노 단위 미만 선폭의 전도성 채널 (사진제공=IBS)

 

[충남일보 이진희 기자]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성능 향상에 유리하다.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선폭이 5㎜ 정도인 ‘5나노 반도체’가 최근 상용화에 들어섰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이종훈 그룹리더와 펑딩 그룹리더 연구팀은 2차원 흑린을 이용해 선폭 4.3Å(0.43㎜)의 전도성 채널을 구현했다. 이는 나노미터 한계를 뛰어넘어 옹스트롬(Å‧1Å은 0.1㎜) 단위 선폭의 초극미세 반도체 소자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포항공대(POSECH)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2차원 흑린은 ‘포스트(post) 그래핀’ 시대의 주역이 될 반도체 소재로 꼽힌다. 두께가 원자 한 층 정도여서 실리콘 기반 반도체로 구현하기 힘든 유연하고 투명한 소자에 이용할 수 있다. 또한 2차원 반도체 소재 중 전자이동도가 가장 크다. 그래핀과 달리 ‘밴드갭’(band gap)이 있어 전기를 통하게 했다가 통하지 않게 하는 제어도 쉽다.

그래서 그간 흑린 등 2차원 물질들을 반도체 소자로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있었다. 그 결과 물질들의 전기적 특성 측정 및 응용 관점에서 많은 발전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2차원 물질들을 실제 소자화하는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defect)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비했다. 이에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전극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전도성 채널을 만들고자 다층의 2차원 흑린 각 층 사이에 구리 원자를 삽입했다. 이때 흑린에 얇은 구리 박막을 증착한 후 열처리를 하는 간단한 공정을 진행한다. 그러면 흑린의 이방성 원자구조로 인해 구리 원자가 2차원 흑린에 0.43㎜의 미세한 폭을 유지하며 삽입된다. 연구진은 이를 원자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TEM)을 통해 규명했다. 이렇게 형성된 0.43㎜ 두께의 전도성 채널은 반도체 소자의 전극으로 사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또한 전도체·반도체·전도체로 이뤄진 반도체의 기본 소자 구조를 2㎜ 이하 수준에서 형성할 수 있음도 보였다.

제1저자인 이석우 연구원은 “2차원 반도체 물질인 흑린을 이용한 초미세 반도체 소자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며 “현재 반도체 공정에 사용될 수 있는 고상확산법을 이용했기 때문에 실제 응용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훈 그룹리더는 “흑린은 2차원 반도체 소자 분야에서 그래핀을 능가할 물질로 각광받는다”며 “기존 나노미터 한계를 뛰어넘는 초극미세 소자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