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대전시노인보호전문기관)
(자료제공=대전시노인보호전문기관)

[충남일보 최정현 기자] 지난해 6월, 70대 A할머니는 40대 아들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는 잔소리를 했다가 방에 갇히고 말았다. 화가 난 아들이 집안에 물을 뿌리고 A할머니를 방안에 가둔 채 나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치매를 앓고 있는 A할머니는 정서적 학대를 당해오면서도 아들과 함께 사는 것이 좋아 학대 사실을 숨겨왔으나, 결국 경찰에 신고해 분리 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앞선 5월에는 70대 후반의 B할머니가 80대 남편의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못 이겨 경찰에 신고했다. 10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남편은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염소고기를 가져다줬다고 의심하면서 주먹으로 신체를 폭행하고, 머리채를 잡아 머리를 벽에 부딪히게 하는 등 상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족 또는 복지시설 관계자들로부터 신체적∙정서적 학대 등을 당하는 대전지역 내 노인들의 숫자가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신체적∙정서적 학대가 노인학대 유형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대전시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지역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관련 사례(일반사례 제외)는 총 141건에 달한다. 이 중 92건(65.2%)이 가정 내에서 일어났으며, 49건(34.8%)이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발생했다.

가정 내 노인학대를 유형별(중복 체크)로 보면 정서적 학대가 138건(47.6%)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체적 학대가 130건(44.8%), 경제적 학대 9건(3.1%), 자기방임 5건(1.7%), 성적 학대 4건(1.4%), 방임 3건(1.1%), 유기 1건(0.3%) 순을 보였다.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가 전체 92.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서적 학대는 비난이나 모욕, 위협 등 언어 및 비언어적 행위를 통해 노인에게 정서적 고통을 안기는 학대여서 생의 의욕을 잃게 만드는 심각한 학대로 여겨진다.

지난해 발생한 대전 노인 대상 가정 내 정서적 학대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위협∙협박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행동’이 89.9%, ‘노인과의 접촉 기피’ 6.5%, ‘노인의 사회관계 유지 방해’ 2.9%, ‘노인과 관련된 결정사항이 있을 때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시키기’ 0.7%로 파악됐다.

정서적 학대 못지않게 발생한 가정 내 신체적 학대의 경우, ‘노인 폭행’ 73.8%, ‘신체적 해를 가져올 위험성이 큰 행위로 노인 협박∙위협’ 22.3%, ‘제한된 공간에 강제로 가두거나, 거주지 출입 통제’ 3.1%, ‘신체적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 0.8%로 확인됐다.

이밖에 지난해 대전 노인학대 전체 141건 중 1주일에 한 번 이상 학대에 시달린 사례가 38건(27%), 1개월에 한 번 이상 학대당한 사례가 76건(53.9%)이며, 1년 이상 5년 미만 학대에 시달린 사례가 37건(26.2%), 5년 이상이 38건(27%)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를 당하는 노인의 경우, 가족관계 또는 인정에 끌려 신고를 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며 “의심사례가 있을 때는 주위에서 적극적으로 신고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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