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준 서천군의회 의원
조동준 서천군의회 의원

섬 크기는 여의도의 4분의 1. 반면 주변 갯벌은 10배가 넘는다. 생활환경은 열악하다. 여객선도 없고, 전기가 들어온 지도 몇 년 안 된다. 행정구역으로는 충남이지만 군산 외항이 코앞에 보인다. 주민등록상에는 70여 명이나 대부분 장항이나 군산에 살면서, 고기 잡고 조개를 캘 때 섬으로 들어온다. 외지인의 발길이 닿기 힘든 섬이지만 한때는 염전을 일구어 소금을 생산했고, 무너진 폐 염전은 갯벌로 되돌리는 복원 사업이 한창이다.

바로 충남 서천군 소재 15개 섬 중 유일한 유인도 유부도 이야기다. 지난 7월 서천과,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갯벌 등 서남해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면서 이 헐벗은 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자연유산이 세계자연유산 명부에 오른 것은 ‘제주 화산섬·용암동굴’에 이어 2번째다.

유부도는 가깝고도 먼 섬이다. 장항항에서 12㎞ 떨어진 금강하구에 위치해 있다. 갯벌에는 백합과 농게 등 저서생물이 널렸고, 갯방풍 등 염생식물이 지천이다. 2008년 습지 보호지역으로, 2009년 람사르 보호 습지로 지정됐다. 특히 유부도 일대는 세계 3대 철새 이동경로 중 핵심 기착지다. 겨울철이면 수십만 마리 철새가 날아온다. 천연기념물 제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 넓적부리도요 등 국제적 멸종 위기 철새들의 천국이다. 세계 자연유산 등재 과정에서 유부도의 위상은 독보적이었다.

유부도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서천의 청정 브랜드 가치 또한 크게 올라갔다. 유부도 인근 옛 장항제련소 일대(브라운 필드) 역시 국제 환경테마특구로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제는 서천이 명실공히 세계적 생태관광지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우선 국제적 해양생태 관광에 필요한 기반 시설이 시급하다. 선착장 증설과 방문자 센터 등 유부도의 생태계를 지속 보전하는 동시에 적정 인원의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필요한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유부도가 군산시 해역도 포함하고 있는 만큼 군산시와 공동 협력을 강화해 상생 효과를 누려야 한다. 지금 유부도에는 갖가지 해양 쓰레기가 해변으로 들이닥친다. 해마다 증가하는 바다 쓰레기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요즘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의 가치가 재조명 받고 있다.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농지의 100배, 산림의 10배 정도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독일 등에서는 갯벌을 막았던 제방을 허물고 갯벌의 생태를 복원해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북유럽의 바덴해 연안 인구 2천 명의 독일의 작은 섬 랑어욱은 갯벌을 막았던 제방을 허물었다. 매년 10만여 명이 방문하는 세계적 생태관광지로 각광받으면서 독일 북부에서 가장 부유한 마을로 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역간척을 통해 갯벌을 되살린 성공 사례가 있다. 전남 신안 증도는 방조제를 트자 생명이 돌아왔다. 증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갯벌도립공원으로 한국의 갯벌 생태 관광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서남해안 갯벌은 캐나다 동부, 미국 동부, 유럽 북해 연안, 아마존 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꼽힐 만큼 가치를 인정받는다. 서천 갯벌은 새만금방조제 사업으로 서해안 갯벌이 대거 사라지면서 금강하구에 남은 유일한 하구 갯벌이다. 환경오염이 심화된 충남 천수만은 한때 간척의 신화를 상징했던 곳이다. 유부도는 간척의 시대가 종언을 맞고, ‘갯벌의 귀환’을 알리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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