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두피센터 황미리 교수.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두피센터 황미리 교수.

모발은 인체를 덮고 있는 모든 털을 지칭한다. 모발은 물리적인 자극으로부터 인체의 피부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체온 조절을 돕고 피부의 마찰을 줄이며 중금속을 배출하는 기능도 한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심미적인 기능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머리카락과 잘 다듬어진 눈썹을 가진 사람을 매력적으로 느끼듯이 모발은 미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모발의 숱이 적어지고 갑자기 희어지게 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넘어 고통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모발은 모낭의 모유두에서 모모세포의 분열로 자라난다. 이 모낭은 태생기 때 이미 발육이 완성 되어 출생 후에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으며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줄어들게 된다.

즉, 40대 이후에 모발이 점차 가늘어 지고 적어지게 되는 것은 정상적인 노화현상 중 하나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노화현상을 넘어 이른 시기에 과도하게 모발이 가늘어지고 탈락하거나 특정부위에서 모발이 집중적으로 탈락한다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탈모는 원형탈모를 제외하고는 명확하게 진단기준은 없다. 그러나 하루에 빠지는 모발이 100개 이상으로 갑자기 늘어나거나 작년 사진과 비교하여 이마라인이 확연하게 올라간 경우, 정수리에 빈 부분이 확실히 넓어 보이거나 가르마가 확연하게 넓어진 경우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흔히 발생하는 탈모의 종류로는 크게 유전형 탈모, 휴지기 탈모, 원형탈모 등이 있다.

유전형 탈모

남성형 탈모와 여성형 탈모가 이에 속한다. 흔히 유전형 탈모는 남성에서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여성에서도 안드로겐으로 인한 유전형 탈모가 일어날 수 있다. 단 여성의 경우 M자 혹은 U자로 부르는 앞머리 라인을 침범하는 형태의 탈모는 일어나지 않고 정수리의 모발에서만 탈모가 진행된다. 또한 남성과 같이 완전히 대머리로는 거의 진행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진행양상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유전형 탈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드로겐, 그 중에서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의 작용이다.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중 하나인 테스토스테론은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변환된다. 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은 앞머리와 정수리 모발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하여 초기에는 모발의 생장기를 짧아지게 만들어 일찍 휴지기에 접어들어 모발이 가늘어지게 만들고 점차 모낭을 위축시켜 궁극적으로는 모낭을 닫히게 만든다.

유전형 탈모의 경우 유전인자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진행을 늦출 수는 있지만 완치하는 방법은 현재로써는 없다. 어떤 치료를 시행하더라도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탈모가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탈모가 진행된 이후에 복구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조기 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특히 탈모의 발현이 30대 이전 조기에 나타나는 경우 유전 요인 외에도 후천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탈모의 발현시기뿐만 아니라 진행속도도 매우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한다.

휴지기 탈모

요새 흔하게 볼 수 있는 탈모 유형 중에 하나가 바로 휴지기 탈모이다. 휴지기 탈모는 유전형 탈모와는 다르게 주로 후천적인 생활습관의 문제나 전신 상태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출산 후, 심한 질병을 앓은 후, 영양결핍 등이 원인이 되어 갑작스럽게 전체적으로 모발이 얇아지고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앞머리와 정수리만 침범하는 유전형 탈모와는 다르게 휴지기 탈모는 전체적인 모발을 모두 침범하게 된다.

특히 요새 가장 흔하게 휴지기 탈모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다이어트를 들 수가 있다.

모발은 대부분 케라틴 단백질과 수분으로 구성되어있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할 경우 케라틴 대사에 문제가 생겨 모발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케라틴을 합성하는 단백질 대사에는 비타민과 미량원소의 기능도 중요하다.

이같이 기본적으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적절히 공급되어야 모발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단기간에 체중감량 목적으로 과도하게 식이조절을 하거나 고강도의 운동을 시행하면서 적절한 칼로리와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는 경우, 바디 프로필 등의 촬영을 위해 식사량이나 특정 영양소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급성적인 휴지기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급격한 휴지기 탈모의 경우 다이어트 중단 후에 자연회복이 되는 경우도 일부 있기는 하나 영구적으로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외에도 갑상선 호르몬의 이상이나 철 결핍, 아연 결핍 등이 있어도 탈모가 유발 될 수 있으므로 탈모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검사를 해보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원형탈모

모발에서 원형이나 타원형이 탈모반이 하나이상 발생하는 원형탈모도 생각보다 흔한 탈모이다. 인구의 1~2% 정도에서 한번이상 원형탈모를 경험한다고 추측하나 실제로는 원형탈모반이 인지하지 못하는 부위에서 생겨서 전혀 인지를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와 조직들은 내 면역계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면역특권을 지니고 있다. 모낭도 마찬가지이다. 원형탈모는 어떠한 이유에서 이러한 모낭의 면역특권이 소실되어 우리 몸의 면역세포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되는 자가 면역 질환의 일종이다. 이러한 면역특권 소실을 유발하는 요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스트레스, 유전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원형탈모의 원인을 스트레스로 보는 경우가 가장 많다.

원형탈모는 보통은 한 두 개의 탈모반만 생기는 경우가 대다수이나 다발성으로 생길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 두피 전체를 침범하거나 눈썹과 같은 다른 체모를 침범할 수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전신 질환에 대한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유전형탈모, 휴지기탈모, 원형탈모는 진행 형태도 다르고 원인도 다른 서로 다른 탈모이지만 모두 생활습관에 의해 발생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과도한 음주, 흡연,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이나 인스턴트 등을 자주 섭취하는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 등은 유전형 탈모의 발현 시기 및 진행속도를 빠르게 만들 수 있고 휴지기 탈모나 원형탈모의 회복 속도도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일상화 된 비대면 수업의 영향으로 생활패턴이 매우 불규칙적으로 바뀌어 새벽 2시가 넘도록 깨어있거나 야간수면 패턴이 완전히 깨져버린 젊은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갑작스런 모발의 가늘어짐이나 모발 탈락을 겪는 경우를 매우 흔히 볼 수 있다.

흔히 성장기 어린이들은 원활한 성장을 위해 10시~2시에는 꼭 숙면을 취하고 7~8시간 이상 자야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모발의 성장도 마찬가지이다. 성인도 더 이상 키는 자라지 않지만 모발은 모낭이 완전히 닫히기 전까지 평생 생장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생장기의 모모세포의 분열이 가장 활발하게 자라는 시간대도 바로 이 시간대이다.

따라서 이 시간에 깨어있는 경우 모모세포의 분열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모발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얇아지고 쉽게 탈락 할 수 있다.

또한 두피에 과도한 각질과 노폐물이 많거나 혹은 지루성 두피염 등의 두피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모발의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두피가 가렵고 뾰루지가 나고 각질이 늘어나는 등의 피부 질환이 있으면 꼭 치료를 받아야한다.

이 같이 종류와 무관하게 탈모를 예방하고 오래도록 건강하고 젊은 모낭을 유지하기 위한 첫걸음은 생활습관의 개선이다. 케라틴 합성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양질의 단백질,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계란, 소고기, 콩류, 채소류, 해조류 등을 충분히 섭취하며 혈액을 탁해지게 만드는 음주,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등의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 무리한 다이어트 또한 지양하는 것이 좋다.

또 밤 12시 이전에는 수면을 취하도록 하여 모모세포의 분열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두피를 청결히 유지하며 모발을 뽑거나 세게 묶는 등의 모발로의 자극, 과도한 자외선 노출 등은 최소화 하여야한다.

스트레스는 원형탈모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티솔은 유전형 탈모와 휴지기 탈모에서도 모발의 성장을 저해하므로 평상시 적절한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한다.

심하지 않은 초기의 탈모는 생활습관만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되기도 하나 일단 탈모 증상을 인지한 이후에는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는 좋아지지 않고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다.

옛 선조들 역시 여성들의 가체에서 볼 수 있듯 풍성한 모발을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문헌에서도 모발과 관련된 언급을 많이 찾아볼 수있다. 한의학에서는 모발을 대표적으로 腎之合骨也 其榮髮也 (신기의 영화로움이 모발에서 드러난다), 血之餘(혈의 나머지)이라고 하였다.

즉 건강한 모발의 생장에는 선천적 요인과 호르몬 대사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腎氣(신기)와 혈액순환, 그리고 이를 통한 영양공급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았다. 그래서 탈모의 발생과 치료에 있어서도 이 두 가지의 작용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血熱(혈열), 血虛(혈허), 瘀血(어혈) 등의 血의 병리상태와 腎氣虛(신기허), 腎陰虛(신음허) 등의 병리기전이 탈모 발생과 밀접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한방에서의 탈모 치료는 전신 기혈 상태의 개선을 목적으로 환자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탕약을 처방하기도 하고 전신 기혈순환 개선 및 두피 모근을 자극목적으로 위해 침 치료를 시행한다.

여기에 더해 원형탈모는 약침술과 자락술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훈증치료, 외용치료 등의 치료를 시행하기도 하며 두피의 노폐물이 많은 경우에는 스케일링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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