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대전에서는 가정폭력 신고가 잇따랐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가정폭력에 근본적인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올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대전에서는 가정폭력 신고가 잇따랐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가정폭력에 근본적인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충남일보 이정아 기자] 얼마 전 가정폭력으로 임시 보호조치 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배우자가 거주하는 건물에 침입해 칼로 협박한 사건이 알려져 세간의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은 지난 18일 서구 소재에서 과거 가정폭력 이력으로 접근금지된 피의자(남편, 51세)가 배우자(아내, 35세)가 사는 건물 외벽에 사다리를 타고 들어가 배우자와 자녀 2명(8세, 10세)에게 “칼로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례다.

이 밖에도 지난 20일 대덕구 소재에서 배우자(아내, 50대)가 술 그만 마시라고 했다는 이유로 목을 조른 뒤 주방용 칼로 위협한 피의자(남편)가 검거되기도 했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대전에서는 가정폭력 신고가 잇따랐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가정폭력에 근본적인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22만843건으로, 같은 기간 검거 인원은 25만4254명으로 확인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가정폭력사범 검거 인원은 2016년 총 3904명(대전 2049명·충남 1855명), 2017년 총 3468명(대전 1937명·충남 1531명), 2018년 총 3643명(대전 1875명·충남 1768명), 2019년 총 4149명(대전 1960명·세종 215명·충남 1974명), 지난해 총 3836명(대전 1967명, 세종 207명, 충남 1662명)으로 집계됐다.

가정폭력 사범 중 성별 유형에서는 남성이 전체 25만4254명 중 20만228명으로 79%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7만6364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5만9992명, 50대 5만8572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19세 미만 미성년자도 연평균 700여명이 가정폭력 가해자로 붙잡혔다.

문제는 가정폭력을 당했을 시 피해자들은 112신고를 하지만, 신고 대비 검거 건수는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최근 5년간 112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125만건이 넘지만, 실제 검거 건수는 22만여건으로 17.6%에 그쳤다. 그나마도 배우자·가족에 상해를 입혀 구속된 건수는 0.8%로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처벌되지 않는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경찰신고를 주저하게 만들고 가해자가 범죄를 반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과 가정폭력특례법이 근본적인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신소영 교수는 “가정폭력 신고 대비 형사처벌 건수가 낮은 건 오래전부터 불거졌던 문제다. 가정폭력 신고가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때문”이라며 “이 법은 가정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보호처분을 통해 가정으로 돌아가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주된 추진 목적으로 특례법이 근본적으로 개정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정폭력으로 신고는 됐으나 처벌을 받지 않은 채 가정으로 돌아가는 가해자가 많다 보니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에는 총 1만5089가정이 ‘가정폭력 재발 우려가정’으로, 위험 등급인 A등급 가정만 해도 6862가구인 것으로 파악됐다.

A등급은 3년간 입건 3회 이상, 3년간 구속 1회 이상, 1년간 신고 출동 3회 이상, 긴급 임시조치 신청, 보호처분·보호 명령 결정으로 선정된다.

가정폭력으로 3년간 입건 2회 이상, 1년간 신고 출동 2회 이상이면 가정폭력 우려 등급인 B등급으로 지정된다.

대전 지역에서는 총 503가구(A등급 227가구, B등급 276가구), 세종 지역에서는 총 82가구(A등급 38가구, B등급 44가구), 충남 지역에서는 총 483가구가(A등급 221가구, B등급 262가구)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이다.

이에 이은주 의원은 “가정폭력 발생 시 적극적으로 신고해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해야 하며, 경찰 또한 초동대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가정폭력사범과 가족 간 분리 조치와 함께 추가적인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가정폭력 위험 가정과 우려 가정에 대한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습범에 대해선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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