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타 벵가 
안녕, 오타 벵가 

[충남일보 조서정 기자]박제영 시인이 여섯번째 시집 『안녕, 오타 벵가』를 달아실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당돌뱅이 우리 할매 술만 자시면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 2부는 ‘에라 만득아, 에라 구신아’, 3부는 ‘할수없이 사람이라는 희귀종이 서식하고 있다’ 4부는 ‘사랑이 독이라면 기꺼이 그 독을 마시라’ 5부는 ‘가짜 시인은 언제나 가짜 문제에 대해 말한다’로 총 69편의 시가 담겨 있다.

이번 시집은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웃음을 전하는 내용들로 구성됐다. 또 압축과 상징이라는 시적 형식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서술 방식을 통해 누구라도 쉽게 읽고 감동할 수 있는 여유와 해학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그만 좀 뀌어대유 이불 바깥으로다 뀌든가 굳이 마누라 허벅지에다 뀌어대는 건 무슨 심보래유 빤스에 구멍은 안났나 물러 그러다 싸겠네 싸겠어

그깟 방구 좀 뀌었다고 시방 타박을 놓는겨? 내가 일부러 뀐 것도 아니고 나도 모르게 새는 방구를 어쩌라고 하루이틀도 아니고 오늘 따라 왜 그래 쌌나 모르것네

방구가 괜히 나올까 설마 나랏님 옆에서도 그리 뿡뿡 뀌어댈까 평소에 마누라를 방구만침도 못하게 생각하니 마누라 허벅지에 대고 붕붕 뀌어대는 거지

이 좁은 방구석에서 어따 대고 뀌든 그게 그거지 자다 말고 바깥에 뛰어나가서 방구를 뀌어야 되는겨

한 번도 아니고 무슨 따발총 갈기듯 붕붕거리니까 그러는규

아이구 남편 방구가 그렇게 드러운데 지금까지 어찌 살었나 모르것네

방구가 아니라 마누라를 업시보는 심보가 문제라는 거유 그 심보가

지청구 좀 그만혀 누구 심보가 더 못됐는지 모르겠구먼

오둥추야 달이 밝은데

에라 만득아, 에라 구신아

가리봉동 산2번지 두 칸짜리 반지하방은 오늘도 바람 잘 날 없네

사네 못 사네

오동동 오동동 방구타령이네

「新오동추야」전문

“방구가 아니라 마누라를 업시보는 심보가 문제라는 거유 그 심보가/지청구 좀 그만혀 누구 심보가 더 못됐는지 모르겠구먼/오둥추야 달이 밝은데/에라 만득아, 에라 구신아”에서 보듯이 시집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이 특권층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소시민들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친근함을 선사한다.

또 그런가 하면 이런 지배계층에 의해 착취당한 오타 벵가의 삶을 통해 문명과 지배자들에 대한 잔잔한 비판을 쏟아낸다.

1906년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 사장은 모처럼 붐비는 사람들로 희희낙락 콧노래를 불렀어, 특별히 거금을 들여 데려온 동물이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지.

원숭이 우리 앞 팻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

<나이 24세, 키 150cm, 몸무게 45kg, 인간과 매우 흡사함>

난생 처음 봄 동물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아이들은 이내 빵 부스러기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주며 좋아했어, 물로 몇몇 어른들은 기대했던 눈요깃거리에 못 미친다며 야유와 욕설을 내뱉기도 했지만 말이야.

1904년 벨기에군이 콩고를 침략했을 때, 콩고 원주민의 시체가 산을 이루었을 때, 스물 네 살의 피그미족 청년 오타벵가도 비극을 피할 수는 없었어. 일가족이 학살당하는 생지옥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결국 붙잡혔고 노예 상인에게 팔렸지. 이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만국박람회와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었다가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으로 팔려와 원숭이 우리에 전시된 것이었어.

1910년 인권운동가들의 항의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1916년 벵가는 권총 자살로 서른네 해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지.

믿을 수 없다고? 거짓말 같다고?

그렇다면 봐,

저기 오타 뱅가가 지나가잖아.

오타 벵가가 웃고 있잖아.

안녕, 오타 벵가!

「안녕, 오타 벵가」 전문

이번 시집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는 부분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모성애에 대한 묘사는 우리 역사의 아픔을 대변한다.

만주 땅이 얼매나 먼지 아나

열여덞에 그니를 따라나설 적엔

가심이 얼매나 뛰던지

북망산도 가자면 갔으라나

천릿길이 오릿기도 안 됐니라

만주 땅이 얼매나 먼지 아나

만주서 배따시게 해주겠다던 말

다 거짓부렁이었니라

얼어죽을 나랏일! 무슨 혁명을 하겠다고

어린 색시와 세 살배기 딸만 남겨놓고

북망산으로 즈그 혼자 훌쩍 가버렸니라

만주 땅이 얼매나 먼지 아나

세 살배기 업고 넘는 거먹뵈는 얼매나 높던지

세 살배기 업고 건너는 압록강은 얼매나 깊던지

세 살배기 느그 어매 아니었으면

첩첩 뫼를 우에 넘었을깐

굽이굽이 시커먼 강을 우예 건넜을깐

만주 땅이 얼매나 먼지 아나

니도 사내라고 혁명한다 할끼가

큰일 하겠다고 처자슥 버리믄

사내는커녕 지랭이보다 못한기라

할미 말 맹심 또 맹심해야 한데이

「만주」 전문

그러면서도 “니도 사내라고 혁명한다 할끼가/큰일 하겠다고 처자슥 버리믄/사내는커녕 지랭이보다 못한기라” 에서처럼 혁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니 아나 자식 죽으면 얻다 묻는 줄 아나

느그 아제를 이 할매가 얻다 묻은 줄 아나

어미 뱃속에 묻는 기다 할매 뱃고에 묻었네라

자식 앞세우믄 그래서 환장허는 거네라

뱃속에서 자석이 썩어가는데 창자가 남아나겠노

자석이 뒤집어논 오장육부가 우찌 말짱하겠노

느그 아제 그 잡것이 여즉도 지랄하니 환장허니라

할매는 환장헌 년이네라 뱃속에 난장이 섰네라

「환장」 전문

「환장」에서는 자식을 앞세운 어미의 애간장 찢어지는 심사를 할머니의 입을 통해 애절하게 묘사하면서  아무리 힘들고 고달픈 인생이라도 살아낼 수 밖에 없다는 삶에 의지를 보여준다.

이런 사유는 풍물시장에 대한 묘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어울렁 더울렁 살아내야 하는 인생에 대한 메세지를 풍물시장 풍경을 통해 묘사한다.

풍물시장에 가면

이놈은 녹슨 쇠 같고 저년은 낡은 징 같고

이놈은 해진 북 같고 저년은 흰 장구 같고

하여튼 고물 같은 연놈들이

초저녁부터 거나해서는

쇠 치고 징 치고 얼씨구 절씨구

북 치고 장구 치고 지화자 좋을씨구

신명 나게 풍물을 치는 거라

박 형도 한 잔 받어

사는 게 뭐 있남

쇠 치고 한 잔 징 치고 한 잔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왕년에는 말이야 왕년에는 말이야

왕이었던 시절 안주로 씹다 보면

쇠가 되었다가 징이 되었다가

암깽 수깽 얽고 섥고

북이 되었다가 장구가 되었다가

묶고 풀고 으르고 달래고

왕이나 거지나 밥 먹고 똥 싸고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을씨고

그랴 사는 게 뭐 있남

사는 게 참 지랄 맞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풍물시장에 간다

「사는 게 지랄 맞을 때면 풍물시장에 간다」 전문

코로나19 펜데믹은 전 세계를 고통 속에 빠뜨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살아내야 될 이유가 있고 또 살아낼 것이다. 예전에 우리네 할머니들이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박제영 시인의 이번 시집 『안녕, 오타 벵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견디며 살아가야 될 이유를 해학과 넉살을 통해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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