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산업단지 전경.
대전산업단지 전경.

[충남일보 이진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노동계와 정치권에서 ‘노동자의 쉴 권리’에 대한 법제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영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아직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 규제 또한 쏟아져 나오고 있어 부담이 가중된다는 입장이다.

1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상황에 맞는 휴가제도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아프면 쉴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휴가제도 개편방안’과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해 각각 다음 달과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기업과 사용자 측은 유급으로 병가를 지원할 법적 의무가 없다. 다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으로 개별 사업장의 유급병가를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단체협약 등을 통한 유급병가 지원이 사업장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 중소·영세기업이나 근로취약계층일수록 단체협약의 적용 가능성이 작아 휴식권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의 ‘단체협약상 유급병가제도 현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병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민간기업 중 ‘유급’으로 제도를 설계한 곳은 제조업 및 건설업과 서비스업에서 각각 3.0%, 9.6%였다.

이 중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우 100~299인 기업이 13.0%였고, 300인 이상 기업이 4.3%, 10~99인 기업이 0.8% 순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은 300인 이상 기업이 22.2%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100~299인 기업이 7.8%, 10~99인 기업이 7.5%로 집계됐다.

이에 지역 노동계는 근로자들의 보편적 휴식권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노동계 한 관계자는 “OECD 국가 중 유급병가제나 상병수당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뿐”이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유급병가는 소수의 노동자에게만 적용되고 그마저도 길어질 경우 무급휴직으로 전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유급병가제도가 포함된 단체협약도 노동조합원이 아닌 대다수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노동 조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모든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할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 대덕구에서 제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주 52시간제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유급병가제까지 현재 코로나19가 끝나지도 않은 이런 불안전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급하게 시행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단체협약 등으로 시행이 가능한 제도를 법으로 강제했을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