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일 유성구청소년수련관 관장
양은일 유성구청소년수련관 관장

주말에 은행동 으능정이 문화의거리를 다녀왔다. 서울에서 대전을 방문한 반가운 손님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청소년지도자인 손님에게 대전의 멋진 장소이자 10대 청소년들의 메카인 스카이로드를 보여주고 싶었다. 일요일 낯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과 가족들로 붐비고 있었다. 10대 청소년들은 이곳 은행동이 아니면 어디로 갈까? 어디서 스트레스를 풀까?

최근 대전 한 학원에서 중학교 여학생이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이렇게 힘든 학창 시절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소년 인구는 행정안전부 인구통계 2021년 8월 기준으로 840만1766명으로 16.25%이고 대전은 25만9306명으로 17.81%이다. 전국 평균보다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청소년을 다양한 청소년 현장에서 만나는 전문가가 있다. 바로 청소년지도자이다. 청소년지도자는 청소년의 심장을 뛰게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청소년의 심장을 뛰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청소년시설이다. 청소년지도자는 청소년기본법 제3조에 청소년지도사, 청소년상담사, 청소년 육성 업무 종사자로 정의한다. 동법에서 청소년 육성은 ‘청소년활동을 지원하고 청소년의 복지를 증진하며 근로 청소년을 보호하는 한편, 사회 여건과 환경을 청소년에게 유익하도록 개선하고 청소년을 보호하여 청소년에 대한 교육을 보완함으로써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돕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를 근거로 청소년시설을 활동시설, 보호시설, 복지시설로 구분한다.

해마다 대전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청소년정책제안대회를 통해 각 자치구마다 설치되어 운영되는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의 목소리를 수렴한다. 이들은 청소년 전용공간 마련을 주장함과 동시에 청소년의 참여와 권리 보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왜 일까? 과연 청소년시설을 설립하고 감독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또한 이들을 만나는 청소년지도자와 운영법인은 그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결론은 ‘그렇다’이다. 하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매우 미비하다.

대전에는 청소년활동시설 15개, 청소년보호시설 0개, 청소년복지 시설 및 기관 14개 그리고 기타 2개로 총 31개의 시립 및 구립 청소년시설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청소년활동시설 중 청소년수련관 4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정규직 평균 3~6명 정도의 소규모 시설이다. 31개의 청소년시설에서 근무하는 정규 직원이 약 200여명이고 이 중 행정인력을 제외하면 150여명 남짓이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대전 청소년지도자가 1명이 1700여명을 감당해야 하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각 영역별로 청소년을 만나기 때문에 문화예술 등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돕기 위한 청소년수련시설만 비교해도 1명의 청소년지도자가 6만 여명의 청소년을 만나야 한다는 결론이다.

가장 규모가 있는 대표적인 청소년수련관(대전청소년위캔센터, 평송청소년문화센터, 대덕구청소년어울림센터, 유성구청소년수련관)은 자치구마다 1개 이상, 청소년문화의집은 동단위로 1개가 법령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청소년수련관 4개, 청소년문화의집 8개가 전부이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도 자치구마다 있어야 함에도 3개(시립 1개, 구립 2개)로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실정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턱없이 부족해서 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환경을 만들어 주자. 그 공약을 지금 발표해야한다. 현 고2~3학년 연령 청소년은 내년에 여러분에게 투표를 할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초~중학생 청소년은 다음에 여러분을 지지할 것이다. 우선 행정공무원의 경우 1~2년이면 대부분 자리를 옮긴다. 청소년 부서는 공무원들의 비선호 부서 중 하나이다. 전문 분야기에 용어도 사업도 모두 낯설다.

대전은 청소년시설이 모두 위탁운영 형태이기에 운영법인(청소년단체, 대학)과의 관계 및 조율도 필요하다. 서로 원하지 않는 부서이기에 와도 금방 나가기 일쑤이다. 청소년 분야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청소년기본법 제25조에 지방자치단체는 청소년육성 전담공무원을 둘 수 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처럼 청소년정책 수립과 시행도 청소년전문가에게 맡기자. 하기 싫은 분야를 행정공무원에게 짐을 주어 괴롭히지 말자.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청소년전문가가 될 수 없듯이 전문가에게 대전의 자식인 청소년들을 맡겨보자.

청소년지도자의 처우도 개선하자. 사회복지사 임금의 8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자. 하지만 위 사항의 개선과 동시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 대전 청소년지도자들과 운영법인의 뼈저린 반성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투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청소년시설의 위탁운영 문제가 누구에게 있는가?

‘탁월한 사유의 시선(21세기북스, 2018)’에서 최진석 작가는 「높은 차원에서 단련된 전문가들에 의해 발취될 수 있는 서비스와 철학적 관점에서 진지하게, 진정성 있게, 밀도 있고, 수준 높고, 깊이 있는」 시선이 필요함을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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