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자양동 인근에서 운행 중인 택시.(사진=김기랑 기자)
대전 동구 자양동 인근에서 운행 중인 택시.(사진=김기랑 기자)

[충남일보 김기랑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행이 30일이면 한달이 된다. 시민들의 바깥 활동이 많아지면서 택시 수요가 늘어나지만 택시 수는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2년여간 지속 중인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업계 불황에 주 플랫폼의 피로도 높은 시스템 문제·LPG 가격 폭등 등이 겹치면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대전 지역 택시는 9월 기준 2019년 8734대, 2020년 8024대, 2021년 7830대로 해가 갈수록 감소했다. 전국 단위로는 2019년 9월 10만2960명으로 집계됐던 택시기사 수가 2년 뒤 7만7012명으로 약 2만5000명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위드코로나 시행 전 밤 10시 영업 제한이 적용될 때 인적 드문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수익을 올리지 못했던 기사들이 대거 일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대다수 택시기사들은 배달대행·대리기사 쪽으로 생계 노선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빈 택시들이 무더기로 주차장에 방치돼 있는 모습도 흔한 실정이다.

이후 11월1일부터 위드코로나 1단계가 적용되며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규제가 풀렸다. 그동안 미뤄왔던 사적 모임을 위해 사람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지만 길거리에선 이미 택시가 많이 줄어들어 낭패를 겪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자 택시를 이용하려는 승객들은 기본 책정되는 요금보다 웃돈을 얹는 일명 ‘프리미엄 콜’을 불러야 한다.

서구 둔산동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28)씨는 “회식 후 택시를 불러 집에 가려면 기본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일반 호출보다 수수료가 더 붙는 ‘카카오T블루’가 배차 가능성이 훨씬 높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 상황을 만든 데엔 모빌리티 플랫폼의 시스템 문제가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8월 초 기준 업계 종사자 92%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당 플랫폼은 배차를 편리하게 받아 보다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강제배차·별점평가 등의 단점이 더 커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2년째 택시 일을 해오고 있다는 A씨는 “카카오T블루는 강제배차 되는 방식이라 일단 콜이 잡히면 3~4km 떨어진 거리라도 무조건 가야 한다. 앱에 택시 위치가 뜬 걸 보고 손님이 ‘먼 거리에서 왜 콜을 받았냐’며 전화로 화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손님은 내려주고 나면 별점을 낮게 줄까 봐 걱정스럽다. 반대로 기사는 손님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게 억울한 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택시기사 박모(55)씨는 “우리끼리는 몇 없는 개인 택시들이 안 태우는 손님을 우리가 ‘설거지’한다고 말한다. 승차·하차지가 애매한 곳, 운전하기 까다로운 골목길 등도 강제배차 되니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며 “별점평가 점수가 회사에서 혜택이나 제한 주는 기준이 된다. 한 명 한 명 태울 때마다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플랫폼의 시스템이 피로도를 가중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최근 LPG 가격 폭등으로 인한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산업의 주연료인 LPG 가격은 2020년부터 국제유가 상승·환율 인상 등의 이유로 지속 상승해 2021년 11월 리터당 1077원으로 작년 최저가 대비 48.5% 상승했다.

택시기사 B씨는 “연료 값이 올라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손님을 받을 수가 없다. 멈춰 서서 콜이 오길 기다리는 게 더 절약적”이라며 “그마저도 2km 이상 가지 않으면 소용없다. 기본요금이 2km 정도인데 3km를 이동해서 손님을 태우고, 기본요금 받고 내려주면 손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1월1일 택시 4개 단체는 LPG 연료 할당관세 영세율 적용·유가보조금 변경 시 유연 적용 등을 골자로 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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