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의회 의장 권중순
대전광역시의회 의장 권중순

술에 취한 한 남자가 가로등 밑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이때 지나던 행인이 남자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 남자는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행인은 그 남자와 함께 열쇠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참을 찾아도 열쇠가 도무지 발견되지 않자 도와주던 행인이 묻는다. “여기서 열쇠를 잃어버린 것이 맞나요?” 이에 남자는 가로등 건너편을 가리키며 답한다. “아니요. 저기서 잃어버렸어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진 행인은 잃어버린 곳도 아니면서 왜 이곳에서 찾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남자가 답한다. “여기가 저기보다 더 환하니까요.”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이 이야기는 기존의 낡은 관습에만 얽매여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곤 한다. 열쇠를 찾기 위해서는 비록 어둡지만 열쇠를 떨어뜨린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듯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발생한 곳이 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12월이 왔다. 아울러 2021년도 이제 저물어 가고 있다. 올 초 대전시의회는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쳐 시대적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의지가 담긴 ‘동심공제(同心共濟)’를 신년 화두로 정했다. 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대전시의회는 어려운 시기 시민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둔 지금, 그 과정에서 혹여 엉뚱하게 가로등 밑만 살폈던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대전과 시민만을 바라보며 쉼 없이 달려왔지만 어딘지 모르게 후회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12월이 후회와 아쉬움의 달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디언은 일 년 열두 달을 단순한 숫자가 아닌 부족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불렀다고 한다.

그중 12월은 ‘다른 세상의 달’, ‘무소유의 달’, ‘침묵하는 달’ 등으로 불렸다. 12월은 한 해의 끝자락이지만 새로운 시작인 1월과 닿아 있어 희망찬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그렇기에 기대와 설렘이 담겨 있어 이전과는 다른 세상의 달이 바로 12월이라 생각한 것일 것이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는 생텍쥐페리의 말처럼 대전광역시의회 역시 묵묵히 남은 시간을 알차게 마무리하며, 새로움을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은 비워내고 핵심에 집중하고자 한다.

위기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에 대전과 시민을 위한 역할과 과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 밝은 가로등 밑이 아닌 대전과 시민의 곁에서 진정 대전과 시민을 위한 답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정채봉 시인의 ‘첫 마음’이란 시의 일부다. 매해 1월이면 꺼내 보던 이 시를 마지막 남은 달력을 바라보며 다시금 되새겨보게 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마지막까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첫 마음 바로 초심일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그의 단편소설 ‘세 가지 질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일생 중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소설 말미에 나온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대전시의회 역시 2021년 1월을 시작했던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지금에 충실하며 함께 걸어가야 할 대전 시민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것이라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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