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수능 성적이라도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 반영 영역에 따라 유리한 대학과 불리한 대학이 달라진다. 수학 점수가 높은 학생에게는 수학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이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상식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대학이 어떤 수능 지표를 활용하는지’,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시에서 수능 활용지표를 최대로 활용하는 법에 대해 알아보자.

▲ 표준점수, 백분위 용어 이해

‘표준점수’는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를 활용해 원점수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시험이나 과목 간의 난이도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사용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평균이 50점인 시험에서 80점을 받은 수험생과 평균이 70점인 시험에서 80점을 받은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도입된 점수 체계이다. 

시험마다 평균이나 표준편차 등이 다르기 때문에 원점수에 따른 표준점수는 변할 수밖에 없다. 2021학년도 국어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144점였지만, 2022학년도의 최고점은 149점이다.

‘백분위’는 자신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가진 수험생들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100명이 치른 시험에서 내 등수가 7등이라면 백분위로는 ‘93’으로 표현된다. 점수가 아닌 비율이라는 점에서 다소 모호한 경계가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상위 누적 인원에 따라 표준점수는 다르지만 동일한 백분위에 속할 수 있고, 동점자가 많은 경우에는 백분위 편차가 표준점수 차이에 비해 더 커지기도 한다.

▲ 국어, 수학 최상위권 표준점수 차이 커

올해 매우 어렵게 출제된 국어 영역을 보면, 최상위권에서는 동일한 백분위이더라도 표준점수가 넓게 분포해 백분위가 100인 수험생들의 표준점수는 9점까지 차이가 난다. 

때문에 국어 표준점수를 만점 가까이 받은 학생들은 표준점수 반영 대학이 더욱 유리할 것이고, 140점이나 141점을 받은 학생은 백분위 반영 대학 지원 시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수학이라면 표준점수 146점의 학생은 표준점수 반영 대학을, 144점의 학생은 백분위 대학을 더 선호할 것이다.

2022학년도 수능 국어 성적 일부. (사진제공=진학사)
2022학년도 수능 국어 성적 일부. (사진제공=진학사)
2022학년도 수능 수학 성적 일부. (사진제공=진학사)
2022학년도 수능 수학 성적 일부. (사진제공=진학사)

의대를 지원하고자 하는 두 수험생의 국어와 수학 표준점수가 수험생 A는 국어 139점, 수학 143점이고 수험생 B는 국어 140점, 수학 140점이라고 하자. 

표준점수로만 계산하면 A의 점수가 더 높다. 특히 의대가 수학 반영 비율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두 학생의 점수 차는 의미 있게 벌어진다. 

하지만 백분위를 적용하는 곳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표준점수로 B가 1점이 더 높은 국어 영역은 백분위도 1점이 높지만, A가 표준점수 3점이나 높은 수학은 백분위는 동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에서는 수험생 B가 우위에 있게 된다. 

의대에 지원하고자 한다면 B학생은 백분위를 적용하는 가천대, 강원대 등이 유리한 상황인 것이다.

수능 활용지표에 따른 점수 비교 예시. (사진제공=진학사)
수능 활용지표에 따른 점수 비교 예시. (사진제공=진학사)

▲ 탐구 과목에 따른 유·불리

수능 활용 지표에 따른 유·불리는 탐구영역에서도 나타난다. 

2022학년도 수능 탐구영역에서 ‘정치와 법’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63점이지만, ‘사회문화’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68점이다. 

또 ‘화학Ⅰ’은 68점이지만 ‘지구과학Ⅱ’는 77점으로, 동일하게 만점을 받았음에도 과목에 따라 점수 차이가 크다.

2022학년도 사회/과학탐구 만점자 표준점수. (사진제공=진학사)
2022학년도 사회/과학탐구 만점자 표준점수. (사진제공=진학사)

이런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일부 대학에서 탐구영역에 대해 백분위를 바탕으로 한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한다.

하지만, 표준점수 혹은 백분위를 그대로 활용하는 대학도 있어 이런 경우에는 탐구 영역 선택에 따른 보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선택 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생길 수 있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 ‘지구과학Ⅱ’ 만점을 받은 학생은 표준점수를 보정 없이 그대로 활용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인 반면, ‘정치와 법’ 만점을 받은 학생은 백분위나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손해를 덜 보는 길일 수 있다.

2022학년도 수도권 일부 대학 인문/자연 수능 활용 지표. (사진제공=진학사)
2022학년도 수도권 일부 대학 인문/자연 수능 활용 지표. (사진제공=진학사)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올해는 특히나 수능이 어렵게 출제돼 상위권에서 표준점수의 분포가 넓게 나타나기 때문에 백분위로만 지원 가능 대학을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같은 백분위더라도 표준점수에서는 차이가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수능활용지표에 따른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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