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식/코레일 사업개발본부장
성광식/코레일 사업개발본부장

센트럴파크! 우리말로 하면 중앙공원이다. 조경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는 도시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정원을 170년 전에 뉴욕 한복판에 건설하므로써, 오늘날 도심공원의 효시가 되었다. 중앙공원(中央公園)은 아마도 공원의 위치가 도시 중앙(중심)에 있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하겠지만, 시민이 가장 즐겨 찾고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분당에도 중앙공원이 있다. 천당 위에 분당이 있고, 꿈의 신도시라고도 불렸다. 1980년대 후반에는 지금보다 더 주택부족 문제가 심각했다. 자고나면 땅값이 오르고, 집값이 오르는 판이니 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오죽하면 정권유지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대량의 주택공급이 필요한 시기였다. 그 때 건설된 신도시 중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는 분당이었고, 분당신도시 아파트 당첨은 꿈같은 일이었다.

필자는 그 당시 분당신도시의 공원녹지부분을 담당했다. 비록 말단이었지만, 젊은 혈기와 의욕 충만과 함께 공원을 보는 최고 경영자의 혜안 덕분으로 감히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3.41㎢)를 모델로 한 공원을 조성하고 싶었고, 실제로 실현되었다. 도심지 중심에 커다란 녹지를 만들어서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는 맨해튼과 같지만, 그 조성 기법은 완전히 다르다. 한마디로 미국식과 한국식의 차이라고나 할까. 분당 중앙공원은 신도시 외곽의 영장산 자락을 단절시키지 않고 그대로 공원내부까지 연결되도록 하면서, 경주의 안압지를 원형으로 한 연못을 만들었고, 경복궁의 경회루와 창덕궁의 애련정을 연상케 하는 누각과 정자를 짓는 등 한국의 전통적 정원기법을 도입하였다. 그러면서도 젊은 취향을 반영하여 몇 개의 넓은 광장과 야외 잔디 공연장은 보다 활동적인 공간으로 사시사철 다양한 이벤트가 열려 늘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사실 삼십여 년 전만 해도 공원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많이 부족한 시기였다. 공원하면 의례히 서울대공원이나 어린이대공원을 연상했고, 그것은 특별한 날에 특별한 비용을 지불하고 구경 또는 놀이를 가야하는 장소로 생각했었다. 분당 중앙공원을 만들 때 신도시의 시범단지 입주민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무료입장이냐? 정말로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는 거냐? 이었다. 신도시 중앙에 42만㎡가 넘는 커다란 면적의 공원에 언제라도 어느 방향에서든지 쉽게 접근(이 때문에 공원을 둘러싼 주변도로는 늘 한 개 차로는 주차장으로 변하기도 하지만)해서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공원이 진정 시민의 것이란 걸 증명하고 있다. 이제 이 공원은 성남의 명소가 되었다.

대전에도 도심 한복판에 잘 만들어진 훌륭한 공원이 있다. 바로 둔산대공원이다. 공교롭게 이 공원도 대전으로 정부청사를 이전하기 위해 1987년부터 시작된 둔산지구 택지개발과정에서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원이다. 갑천과 인접한 둔산대공원은 오히려 공원내에 산재한 여러시설들이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평송청소년문화센타, 시립미술관, 예술의전당, 한밭수목원, 엑스포 광장 등등... 포털 검색어에 둔산대공원은 잘 설명되지 못하고, 공원 안에 산재한 개별 시설들은 자세한 설명이 있어 궁금증에 대한 해소가 가능하다. 물론, 이 들 개별시설들은 도시민의 문화적 욕구와 시민정서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마치 이들을 한 곳에 집중시킨 것은 다분히 행정적, 재정적 요인을 우선 고려한 것이지, 시민의 이용편의를 우선 했다고 볼 수 없다. 이 들 시설들이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다고 상상해보자. 예를 들면 원도심에 예술의 전당이, 갈마동엔 시립미술관이, 시청앞에 대광장이 들어섰다면 대전시내 곳곳이 문화가 넘치는 문화도시가 되었을 것 같다. 둔산대공원은 굳이 한밭수목원과 다른 개념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수목원이 곧 공원이고, 공원이 곧 수목원이 되어서 진정으로 대전의 중앙공원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대전은 애초부터 계획도시로 출발한 100년 이상된 도시이다. 도시 성장과 행정기관의 이전이라는 정책적 고려로 둔산 신시가지와 유성방향의 서쪽지역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제라도 대전은 충청권 메가시티의 중심도시 위상에 걸맞는 총체적인 도시계획의 틀을 우선 정립한 이후에, 부분적으로 실행하는 도시발전의 전략에 대전의 센트럴파크를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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