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식/코레일 사업개발본부장
성광식/코레일 사업개발본부장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유리창이 깨진 승용차를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누군가 차안의 물품을 슬쩍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 타이어까지 훔쳐가고, 급기야는 차량을 부셔버리기까지 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1994년 뉴욕시장에 당선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이 이론에 입각해 사소한 경범죄라도 무관용 원칙으로 엄히 다스리면서 결국 중범죄까지 줄어드는 효과를 보아서 유명하게 된 일화도 있다.

줄리아니는 우선 지하철의 낙서 지우기부터 시작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장이 낙서와의 전쟁부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시민들은 의아해 했지만, 점차 뉴욕의 범죄는 눈에 띄게 줄었고, 3년 후에는 범죄율을 68%까지 줄이면서 이 분야에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작은 기초질서부터 바로 잡은 시장의 인기는 당연히 재선으로 이어졌고, 한때는 뉴욕 전 시민의 93%에 달하는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 뉴욕은 깨끗해졌고 밤거리도 불안하지 않다.

얼마 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눈뜨고 코 베이징’이라는 편파판정에 대한 비아냥도 있었지만, 베이징은 역사상 하계올림픽(2008년)과 동계올림픽(2022년)을 모두 개최한 최초의 도시가 되었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매개로 전 세계인이 함께 하는 축제의 장인 만큼, 개최도시는 손님을 맞을 채비와 경기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특별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 도시나 신청하거나 선정될 수도 없다.

지금까지 126년의 올림픽 역사에서 단지 18개국 25개 도시에서만이 하계대회를 치렀으며, 개최국과 개최도시를 면면이 살펴보면 국력과 그 도시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된다. 중국은 이제 G2 국가로 성장 발전하였고, 그 결과로 베이징은 동계와 하계 올림픽을 치르는 상징적인 도시가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중국은 선진국도 아니고, 베이징이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도시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는 어디일까? 몇몇 세계적인 조사기관이 있고, 나름대로의 잣대를 가지고 평가하고 발표를 한다. 대개는 자연환경, 경제, 치안 등을 기본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방역 등도 중요한 항목으로 보고 있다.

필자는 살기 좋은 도시의 평가기준에 도시민의 성숙한 문화수준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화 수준에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질서를 지키면서 공동체에서 약속된 규정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도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경범죄 처벌건수나 무질서 신고건수 등이다. 이러한 요소는 도시의 삶에서 심각한 위해가 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사람의 기분을 짜증나게 할 수도 있고, 때로는 흐뭇하게 미소를 짓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우리사회에서 시작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거나,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ESG 경영 등에 발맞춰 도시민 개개인도 이웃을 배려하는 한 차원 더 높은 시민의식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도시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다. 지금의 시각에서 돌이켜 보면 부끄럽고 창피한 시절도 있었다. 나만 빨리 가고, 나만 편하고, 내가 우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도무지 옆 사람과 이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전봇대 옆에 쓰레기 봉투가 있으면 그곳이 쓰레기장인 것처럼 같이 버렸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비비고 밀쳐서 어떻게 던지 조금의 여유 공간이라도 만들어야 했고, 내 집 앞에서나 아파트 단지에서의 세차가 아무렇지도 않았고, 길거리에서의 흡연은 당연했으며 심지어 식당에서의 흡연도 용서가 되는 그런 부끄러운 시절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경제 규모로는 세계 10위 국가이며, 30-50클럽(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천만명)에도 가입되었고, UN산하 UNCTAD에서도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등 당당히 선진국가가 되었다. 개발도상국에게 원조도 하고 K-컬쳐라고 하는 한류문화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는 등 자부심을 가진 나라가 된 것이다.

이러한 선진국가의 선진국민은 국력과 국격에 맞도록 일상의 생활도 높은 문화수준으로 변해야 한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물론, 남을 위한 작은 양보와 배려를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는 것이다.

그것은 횡단보도 앞이나 골목길에 주차안하기, 엘리베이터를 탈 때나 아파트 단지안에서 이웃과 인사하기, 지하철에 커피 들고 타거나 스마트폰 보면서 걷지 않기, 식당안에서 큰 소리로 대화안하기 등등... 어찌 보면 사소하지만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이 에티켓은 선진국 시민의 기본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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