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대 신소재공학과 김윤기 교수
한밭대 신소재공학과 김윤기 교수

파레토 법칙은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20%의 콩깍지에서 80%의 콩이 산출되는 것을 관찰한 후 발표한 법칙이다.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는 예시는 다수가 잘 알려져 있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상위 20%의 부자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 조회 수 상위 영상 20%가 유튜브 조회 수의 80%를 차지한다, 등의 예시가 있다. 즉, 파레토 법칙은 ‘원인의 20%가 결과의 80%를 만든다’로 요약되며 2080 법칙, 2대8 법칙 또는 8대2 법칙 등으로도 불린다. 파레토의 법칙은 현상만을 설명할 뿐 가치판단을 하지는 않는다. 또한 관찰된 현상의 패턴을 말할 뿐 그렇게 되어야 할 필연성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면 대학교육에도 파레토 법칙을 적용할 수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조별 과제로 잘 알려져 있다. 조원을 무작위로 편성하면 무책임한 학생들은 일부 주도적인 학생들에게 과제를 다 떠넘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에도 이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을까? 필자가 강의했던 2개 교과목에 대해 2012년부터 2021년까지의 중간시험과 기말시험 성적을 분석해봤다. 각각의 시험마다 학생들의 성적 총합계 중 상위 20% 학생들의 성적합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소 27%이고 최대 38%였다. 대부분은 30~35% 사이의 값을 보였다.

이는 교과목의 종류, 중간시험 또는 기말시험에 상관이 없었다. 또한 수강생 수의 많고 적음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따라서 학생들의 시험성적은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수업 시간 중 학생들의 참여는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을까? 고등학교 수업 시간의 모습을 고등학생들이 쓴‘대한민국 학교대사전’에서는‘수업 중인 선생, 묻는 말에 꼬박꼬박 답하는 몇 안 되는 모범생, 선생과 모범생의 만행을 소리 없이 지켜보는 관찰자들, 공부에 뜻이 있으나 강력한 수면제의 효력에 몸과 정신이 따로 노는 의지박약자들, 눈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꿋꿋하게 자기 할 일을 (낙서, 문자 보내기…) 하는 방관자들, 부지런히 저녁형 인간의 생활방식을 좇아 인제야 꿈나라로 간 학교노숙자들’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학교노숙자들’을 제외하면 대학 강의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강의 시간에 교수의 질문에 답을 하는 학생 수, 강의 후 개별 질문을 하는 학생 수 등은 정확한 분석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략 20% 내외이다. 나머지 80%는‘관찰자, 의지박약자, 방관자’이다. 강의실이라는 조그만 사회에서 학생들의 수업 태도는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

시험성적은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데 수업 태도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율과 타율의 차이라고 생각된다. 시험성적은 개인별 평가이며 자발적 학습의 결과물이다.

반면 수업 태도는 다수가 함께 학습하는 속에서 출석이라는 의무 사항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의무적인 출석의 결과는 ‘의지박약자, 방관자’를 생산한다. 이러한 현상은 입학성적 중하위권 대학일수록, 고학년보다는 신입생과 저학년 강의에서 더 빈번하다.

고등교육인 대학교육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으로 자율적 학습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에 출결 관리를 엄격히 할 것을 거의 학기 초마다 공문으로 보내고 있다. 수업 시간의 4분의 1 이상 결석을 하는 경우 F 학점을 부여하도록 규정화되어 있다. 교과목에서 학생의 성적은 시험 등의 평가를 바탕으로 성취도에 따라 부여되어야 한다.

비록 개인적인 사유 등으로 결석이 많아도 자율적 학습으로 평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도를 보인다면 그에 합당한 학점이 부여되어야 한다. 학습 의지가 없는 의무적 출석은 성취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무적 출석 강조는 출석만 하면 학점이 부여된다는 오해를 가져오기도 하여 일부 학생들은 평가결과 학습 성취도가 일정 수준 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출석을 모두 했는데 왜 F 학점이 부여되었는지 이의를 제기하는 때도 있다.

대학의 전공수업은 올림픽이 아니다. 단순히 출석하여 강의실에 앉아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학의 전공수업은 교과목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지 출석 의무화로 성실성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의 엄격한 출결 관리 요구는 행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교육성과와는 거의 무관하다. 오히려 강의실에 ‘의지박약자, 방관자, 학교노숙자’를 늘릴 뿐이다. 형식보다는 내실 있는 대학교육이 될 수 있도록 출결 관리와 같은 교육부의 불필요한 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강의 시간마다 출석을 부르거나 전자출결로 출석 관리를 하는 것은 한국의 대학에서만 볼 수 있다.

대학교육은 학생의 자율적 학습에 기반해야 한다. 학습에는 관심 없고 출석에만 매달리는 학생들이 다수인 강의실에는 희망이 없다. 졸업을 위한 의무적 출석이 아니라 배우고 싶어서 등교하는 학생들로 가득 찬 강의실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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