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배기가스 속 다량의 수분과 방사성 메틸요오드화합물(CH3I)이 동시에 유출되는 것을 나타낸 그림(사진=한국화학연구원)
원자력발전소 배기가스 속 다량의 수분과 방사성 메틸요오드화합물(CH3I)이 동시에 유출되는 것을 나타낸 그림(사진=한국화학연구원)

[충남일보 김태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원자력발전소의 배기가스나 산업체‧병원 등에서 유출될 수 있는 극 위험물질인 방사성 요오드를 고습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화학소재의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방사성 가스 배출을 통한 2차 환경오염을 감소시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최소화해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은 황영규·홍도영 박사 연구팀이 상용 탄소계 흡착제 대비 280배 높은 방사성 요오드 제거 성능 확보를 통해 방사성 요오드가 호흡기로 침투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병원, 산업체, 연구기관에서 방사성물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방사성 폐기물은 반드시 200L 드럼 안에 포장해 폐기물 처분장으로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한 드럼 당 1500만원 상당의 처분 비용이 발생한다.

매년 증가하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도 골칫거리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2020년 12월)에 따르면 2040년까지 약 39만 드럼이 추가적으로 발생 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시스템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00억 달러로, 이 중 운반 및 처분 비용이 약 17.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줄여 처분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원자력 관련 산업의 주요 관심사다.

연구팀은 원자력발전소 필터 혹은 방독면 등에 사용 가능한 MOF(Metal-Organic Frameworks) 화학소재 표면을 특정 화합물로 처리해 메틸요오드화합물(CH3I)에 대해 고습 환경에서도 매우 높은 제거율로 포획할 수 있는 화학소재를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

MOF는 금속 전구체와 유기 리간드가 조합된 차세대 다공성 소재로 가스 포획 및 저장, 분리, 약물전달, 촉매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극 저농도인 CH3I를 고습 환경에서 포획하기 위해 MOF 흡착제에 물을 싫어하는 성질(소수성)을 부여, 수분의 접근을 차단했다. 또 방사성 요오드와 상호작용하는 귀금속인 ‘은’을 사용해 메틸요오드화합물을 0.01ppb 이하로 포획했다. 은의 사용량을 기존 제올라이트 흡착제 대비 80%를 감축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인 재사용성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비싼 ‘은’을 대신해 활성 물질인 아민류를 이용, 메틸요오드화합물을 더욱 강하게 포획하며 세계 최고 수준인 99.999% 이상의 제거 성능을 약 11일 동안 유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상용 활성탄 흡착제 대비 280배 높은 제거량을 기록한 성과다.

이와 함께 산업적으로 제거가 까다롭다고 알려진 대표적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일종인 포름알데히드에 대해서도 고습 환경에서 기존 탄소계 흡착제 대비 5배 우수한 성능을 기록해 신규 극소수성 흡착제의 산업적 활용성이 뛰어남을 입증했다.

이미혜 화학연 원장은 “이 기술은 독성 가스로부터 취약한 산업인력의 안전을 도모하고, 방사성물질 유출에 대한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어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탄소 중립의 핵심 대안인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의 보급망에 안전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주요사업 및 방위사업청 산학연 주관 핵심기술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환경과학 분야 JCR 상위 3.6% 저널인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및 화학공학 분야 상위 2.7% 저널인 ‘화학공학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에 실렸다. 또 5건의 특허를 등록하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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