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임명섭 주필

영부인'(令夫人)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존칭'이라 정의한다. 그래서 '대통령의 여성 배우자'를 영부인이라 불럿다. 최근 '대통령 영부인'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여성을 남편의 삶에 종속된 객체로 보던 시절엔 영부인의 역할을 '그림자 내조'로 봤다.

하지만 성평등 시대의 영부인은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 혹은 '러닝메이트'로 위상이 올라갔다. 물론 대통령과 달리 영부인은 선출직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 “‘제왕적 대통령제’의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청와대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했고 취임과 함께 실행에 옮겼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것 외에도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 설치’ ‘청와대 조직 슬림화’ ‘민정수석실 폐지’ 등을 이행했다. 현행 청와대 수석비서관 제도와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도 폐지, 청와대 직원 30%를 줄였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의 공식 활동은 대통령 비서실에서 지원해주고, 나머지 사적 영역에서는 세금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유다. 윤 대통령은 영부인이라는 호칭도 쓰지 않겠다”고 실행에 옮겼다.

윤 대통령의  청와대 집무실 용산 이전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로 인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던 푸른 기와집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상징인 공간에서 벗어나 국민과 가까이하고 소통하는 의지와 태도를 보여 주고 있어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하지 못했던 집무실 이전을 실천, 헌정사에 변화를 남겼다. 대통령의 모든 행보는 그것이 곧 상징이자 정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취임 후 김건희 여사가 공개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별도의 조직이 아직 세워지지 않아 갑론을박이 많다. 

김 여사에 대한 의전 등을 담당할 조직이 아직은 없자 제2부속실 폐지 공약도 현실성을 고려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향후 동반 국외 순방 등 김 여사가 공식 석상에 나설 때마다 의전·경호 인력을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2부속실이 없더라도 제1부속실 내부에 김 여사를 담당할 별도의 인력이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 배우자에 관한 법률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서 경호 대상에 배우자가 포함되지만, 의무, 책임, 보수 등에 관한 규정은 전혀 없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영부인은 사실상 공직자 역할을 한다. 국내외 주요 행사에 대통령의 파트너로 참석하고, 대통령을 대신해 대외 활동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배우자가 청와대 밖에 있어도 안전을 위해 경호 인력 상주 배치는 불가피하다. 

제2부속실이 사라져도 영부인 보좌라는 고유 업무는 새로운 부서가 맡게 될 수밖에 없다. 영부인의 역할과 기능을 폐지하면 오히려 '비선 정치'로 흐를 가능성도 걱정된다. 대통령 배우자를 집안에 칩거토록 강요하 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대내외활동을 봉쇄하려는 반대진영의 폭거다. 

때문에 국격에 맞는 품위와 행동으로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역할을 당당히 수행하여야 한다. 특히 정상외교와 국빈방문시 배우자는 외국정상의 배우자와 교류하고 소통하여 문화예술분야등에서 국격을 높이고 한류를 전세계에 확산시키는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는 배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 폐지를 공언한 마당에 불필요한 논란을 부추긴다고 할지 모른다. 김건희여사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에서 사실상 손을 떼었다. 

그렇다고 5년동안 집안에 박혀 내조만 하라는 얘기는 사실상 사회와 격리시키고 유폐시키는 반인권적 발상이다. 제2부속실을 폐지한 대신 대내외 활동을 보좌하기 위해 배우자의 패션과 메세지를 관리하고 활동 스케줄을 관리하는 팀이 있어야 불필요한 잡음과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배우자전담 제2부속실을 부활시키든지, 일정을 엄격하게 관리할 공적 시스템을 둬야 한다. 대통령 부인의 사소한 사적 활동까지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정쟁에 악용되고 있기에 김 여사 행보에 대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도 시급한 대안이 요구된다. 

김 여사를 둘러싼 소란들은 대통령실에 배우자를 관리할 전담 부서가 없기 때문에 빚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부인의 활동이 도마에 자꾸 오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격에 걸맞은 공적 시스템의 관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배우자의 공적인 위치를 인식 못 한다는 것 부터가 심각한 문제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부활에 대해 “여론을 들어 가며 차차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잘못된 공약이라고 판단되면 신속히 고쳐야 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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