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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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 김효은의 신작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우리는 다섯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다섯 남매 중 둘째였던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

다섯 남매는 빨간 딸기가 얹힌 크림 케이크부터 우유 한 팩, 사과 한 알, 과자 한 봉지까지 '무엇이든 5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개수나 부피뿐 아니라 만족감의 크기도 같아야 한다.

남매에게 뭔가를 나누는 일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치킨 한 마리를 두고 첫째는 '장유유서를 아느냐'고, 둘째는 '지난번에도 양보했다'고, 셋째는 '나는 한창 키가 크는 중'이라고, 넷째는 치킨의 부위를 콕 집어 '나는 목이 좋다'고 목소리를 낸다.

노란 장화 한 켤레, 선풍기 바람, 하나뿐인 삼촌 등 공평하게 나누기 애매한 뭔가가 생기면 피곤해지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다.

노란 장화는 색이 좀 바랠지언정 다섯 남매가 차례로 물려 신고, 선풍기는 일정한 각도로 회전해 바람을 쐰다.

이야기의 화자도 다섯 남매 중 둘째다. 다른 집 둘째들처럼 사랑을 주는 법과 받는 법을 아는 아이다. 작가는 다섯 아이의 각기 다른 캐릭터와 가족 안에서의 역할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전작보다 경쾌해진 색감에 연필, 볼펜, 물감, 콜라주 등을 이용한 명료한 그림체가 메시지를 또렷이 전달한다.

이들 남매의 모습은 소중한 내 몫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도, 기꺼이 양보하던 우리의 어린 시절 모습 같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녀가 하나 또는 둘인 가정이 많은 요즘 시대엔 온전히 내 것인 게 많아졌지만, 여럿 중 하나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셈법을 일깨워준다.

김효은은 작가의 말에서 "식사를 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사람 수로 음식을 나눠 보는 버릇이 있다"며 "뭐든지 나눠야 했던 어린 시절에 생긴 오래된 습관"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이제는 나누지 않아도 되는 온전한 내 것이 셀 수 없이 많아졌다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식탁 위에 오르면 함께 하고 싶은 얼굴들이 하나둘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김 작가 특유의 온기 어린 서사는 2016년 출간한 '나는 지하철입니다'와 궤를 같이한다. '나는 지하철입니다'는 다양한 사람과 사연을 품고 달리는 지하철의 목소리로 우리 삶의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호평받았다.

이 책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으로 지난해 영문판으로 출간됐으며 2021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세계일러스트어워드(WIA) 어린이책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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