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두창 바이러스 (사진=연합뉴스)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 (사진=연합뉴스)

[충남일보 이진희 기자] 세계 각국에서 확산 중인 바이러스성 질환인 ‘원숭이 두창’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는 소식에 감염병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미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은 ‘원숭이 두창’ 국내 확산에 또다시 악몽이 재현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23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원숭이 두창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방역 당국은 감염병 위기 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원숭이 두창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으로 사람과의 신체접촉으로 전염되며 1~2주 혹은 4~12일의 잠복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됐을 시 38℃ 이상의 급성 발열, 근육통, 두통 등을 동반하고 신체 전 부위에 발진이 나타난다.

최근 방역 당국은 코로나19와 동급인 ‘2급 감염병’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감염병이 국내에 상륙하자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최일선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이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서구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원숭이 두창이 코로나19처럼 확산하게 되면 또다시 악몽이 시작될 것 같다”며 “지난 2년 동안 사실상 장사를 못하고 살다가 이제야 매출 회복이 이뤄지고 있는데 또다시 전염병이 생긴다면 이보다 더한 악몽은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코로나19 기간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가혹한 방역 수칙을 적용했었다”며 “혹시라도 이번 전염병이 확산된다고 하면 더 이상 우리만 당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원숭이 두창으로 인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로 급증하던 해외여행 수요도 사그라들 조짐이 보인다.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인 시민들은 조기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40대 직장인 B씨는 어렵게 예매한 유럽행 항공권을 취소했다. 여름 휴가차 가족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계획했으나 원숭이 두창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에 부담감이 커지면서다.

B씨는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아 항공권이 많이 없어서 예매하는 데 애를 먹었었다”며 “근데 또다시 감염병이 확산 중이라는 소식에 혹시라도 가족들이 위험해질까 싶어 국내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아쉬워했다.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인 시민들은 조기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혹시라도 원숭이 두창이 코로나19만큼 대규모 확산세를 일으키면 정부의 거리두기가 시작돼 제대로 휴가를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전문가들은 국내 첫 원숭이 두창 확산을 경계해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를 당부했다. 또한 혹여나 확산세가 거세지더라도 코로나19 초기 대응과 같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식의 방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엔데믹으로 야외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여름 휴가철 또한 다가오고 있어 감염병 전파가 손쉬운 환경”이라며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만큼 시민들도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되도록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원숭이 두창이 확산하더라도 지난 코로나19 초기 대응과 같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식의 방역에서 벗어나 개인의 권리와 사회 안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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