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경 대전유성문화원 사무국장
김양경 대전유성문화원 사무국장

타악그룹 환타지 예술단 김행덕 감독이 ‘취樂벼樂’  공연 초대장을 보내왔다.

‘음악에 취하고 벼락같이 연주하는 흥과 신명의 장을 만든다’는 뜻이란다.

‘문화원 사무국장이라고 의례히 보냈을 텐데. 왜 하필 일요일이야... 가야하나?’ 머뭇대던 공연 당일 날 아침, 전화벨이 울렸다. 

“누님! 저 행덕입니다. 제가 이래 뵈도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애매한 놈입니다. 조금 일찍 오셔야 자리 잡으실 수 있어요...하하하...”

‘얘가 좀 뻥이 있는 놈 인가보네... 일요일날 겨우 지역 극단 공연에  누가 얼마나 올라고....’  후배 전화까지 왔으니 안갈 수도 없고 자리라도 채워줘야지 라며 기대감 없이 공연장에 도착했다. 한자리, 두자리, 세자리...가 채워져 가더니 금세 만석이 됐다. 조금 놀라기만 했다. 그 때까지는.

첫 번째 공연인 ‘판타지 토리’가 시작됨과 동시에 말 그대로 벼락같이 연주되는 웅장함에 귀와 눈이 커지고 세 번째 공연인 ‘타율’ 에서는 급기야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눈물이 울컥 솟았다.

‘타율’은 ‘장구 위에 선율을 입힌다’는 의미이며, 장구 소나기가 쏟아지는 소리에 비유하여 연주되는 음악이라 한다.

20여분 내내 소나기를 ‘쏟아 붓다’ ‘적시다’ ‘내리다’ ‘스며들다’ 를 반복하는 장구수들의 퍼붓는 손놀림에 나는 소나기에도 가슴이 이처럼 뻥 뚫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더욱 나를 울린 건 장구수들의 몸에 범벅된 땀과 노력의 흔적이었다. 운율을 만들어내는 작고, 여리고, 섬세하고, 웅장한 그 수만 번의 쉼 없는 손의 움직임!

팔은 얼마나 아플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의 시간이 있었을까? 
가늠하기 힘든 그들의 속을 생각하노라니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들의 땀을 닦아주기라도 하듯 공연장이 떠나가도록 함성과 박수로 소나기를 흠뻑 맞으며 관객과 단원들이 한통속으로 최고의 신명을 즐기고 있었다. 기립, 함성, 박수, 그리고 감격의 눈물...

그래 문화란 이런거지... 기대하지 않았지만 퍼붓는 소나기처럼 놀라운 행복과 감동을 주는 것! 공연장은 장구 소나기와 땀에 흠뻑 젖은 채 벼락치는 놀라운 행복으로 가득 했다. 

‘문화’는 우리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문화도, 예술도 결국 ‘나’의 이야기이기에, 우리는 그 안에서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벼락같은 감동을 느끼곤 한다. 

가지각색 삶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가장 귀하게 빛내주는 그릇, 문화예술! 

하지만 그 문화예술이 빚어지기까지의 수많은 땀방울을 우리는 생각해 보는가? 문화예술인들이 우리에게 주는 부드럽지만 소중한 힘. 그들이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가치를 알아주고, 삶의 더위를 식혀줘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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