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임명섭 주필

노인들의 현실적 삶이란 요단강 건너갈 것만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주일에 몇차례 찾아와 2~3시간씩 일해주는 요양보호사를 기다리는게 유일한 하루 일과다.

홀로 사는 김칠성(가명, 84)씨는 요양보호사를 배웅하고 나면 또 다시 요단강을 건너갈 망상으로 뒤덮인다. 그는 부엌 겸 거실과 방 1칸을 포함한 공간에서 살고 있다. 오랜 동안 홀로 살아왔기에 항상 “사람이 그립다”고 운을 뗐다. 

자녀들은 연락이 없어 왕래는 먼 얘기다. 손자들이 보고 싶으나 빈손으로 갈수 없어 먼 발치에서 그리워만 하고 있다. 그는 정부에서 주는 노인연금 30만원과 더 지원받는 돈을 합쳐 매월 50만원 정도로 힘겹게 살고 있다. 

그마저도 병원비·생활비에 쓰면 모자란다. 올해도 폭염속에서 에어컨도 없이 낡은 선풍기 하나로 더위와 싸우며 버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히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배우자도, 자녀와 연락도 없이 홀로 사는 노인은 우리나라에 16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가히 역사적이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 이상일 경우 ‘고령화 사회’로 본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2050년 장래가구추계’의 핵심인 ‘나 홀로’ 1인 가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그것도 노인들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독거노인으로 가득 찬 ‘K-초고령 사회’의 우울한 미래를 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홀로사는 노인은 1인 가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2020년 전체 가구의 31.2%가 혼자 산다. 하지만 30년 후인 2050년에는 39.6%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부부만 사는 2인 가구도 16.8%에서 23.3%로 늘어난다. 대신 부부가 자녀와 함께 사는, 이른바 핵가족은 29.3%에서 17.1%로 크게 줄어든다. 전체 가구의 3분의 2가 홀로 또는 부부 둘이 산다는 얘기다. 

하지만 더 우울한 건 고령화의 그늘이다.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노인가구는 2020년 464만가구에서 2050년 1137만5000가구로 많아질 전망이다. 30년 만에 2.5배가 늘어났다. 지금은 40·50대 가구주가 가장 많지만(43.7%) 미래엔 70대 이상이 주류(40.2%)가 된다. 

게다가 노인가구의 40% 이상이 1인 가구다. 다섯 집 중 두 집은 독거노인가구인 셈이다. 자녀가 성장한 후 독립해서 살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이혼이나 사별의 결과다. 아예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중요한 원인임은 물론이다. 

안 그래도 우울하기 그지없는 미래상인데 심지어 속도마저 점점 빨라진다.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인구 고령화 속도와 기대수명이 늘었으나 2019년 추계보다 1인 가구의 분화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인정할 정도다. 

우린 새 밀레니엄에 들어서며 고령화 사회를 맞았다. 22년 전이다. 노인 비중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인데 그건 2017년이다. 그로부터 8년째인 2025년 우린 ‘초고령화 사회(노인 비중 20% 이상)’에 들어선다. 

앞으로 불과 3년 후다. 노인왕국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늙어가다 보니 벌써 전국 지자체의 절반 가까이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물론 빠른 고령화 속도를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높아진 생활수준과 좋아진 의료기술의 덕분인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사회안전망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나타나는 게 경제적 빈곤이고 심리적 노인들의 고독이다. 그 파장의 확장성은 코로나19보다 결코 작지 않다. 노인들이 시장과 일터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대책의 전철을 고령화에서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고립감을 느끼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빈곤과 고독사 등 사회 문제도 확대될 것으로 보여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고령화로 인해 이웃은 물론 가족도 모르는 사이 삶의 끝을 맞이하는 노인들도 증가할 것이다.

임종을 맞이한 지 수일은 물론 수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핵가족화가 심화하면서 연고없이 살아가는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안부를 살피는 작은 정성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우리 주변에서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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