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외고의 폐지를 철회하라며 전국 외고 학부모들이 국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5일 외고의 폐지를 철회하라며 전국 외고 학부모들이 국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충남일보 이잎새 기자]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조정에 이어 외고 폐지 개편안도 재검토에 들어간다.

교육부는 지난 5일 외고의 폐지 또는 일반고 전환을 철회하라며 외고 학부모들이 국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자 “외고 폐지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며 “폐지가 결정되더라도 전 정부처럼 시점을 정해 일괄적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를 두고 각 학교가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비췄다.

이에 7일 현재까지 지역 맘카페, 외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육정책이 왜 자꾸 이랬다 저랬다 하느냐”는 여론이 줄을 이었고 교육부는 졸속 행정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의견이 나오기까지 교육부가 아무런 예고나 상의 없는 정책 발표를 한 뒤 학부모, 교사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검토 중”이라며 지금까지 2차례나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기존 만 6세였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하향한다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해 큰 반발을 샀다.

교육부는 이르면 2025년에 만 5세 아동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학제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며 이에 따라 2019년 출생 아동 중 일부가 1년 더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할 가능성이 생겨났다.

지난 3일 대전교육청 앞에서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이 만 5세 조기취학 정책 철회를 촉구 1인 시위를 펼치는 모습. (사진=이잎새 기자)
지난 3일 대전교육청 앞에서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이 만 5세 조기취학 정책 철회를 촉구 1인 시위를 펼치는 모습. (사진=이잎새 기자)

또한 초등학교 입학 전 영·유아 단계에서 미리 공교육 강화를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겠다는 유보통합도 함께 추진한다는 소식에 교사들이 즉각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학제개편안에 대해 “유아기에 속하는 아동의 발달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으며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도 같은날 “유아들의 발달 특성상 만 5세에게 초등학교는 부적합한 교육 환경이다. 만 5세 유아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해서 발달수준이 높아질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조기 입학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에 학부모들도 최근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 만 5세 아이들이 이전보다 언어발달이 늦은 상태로 혼자서 초등학교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기존에 있던 학생들보다 발달이 더딘 상태에 있는 아이들을 일찍부터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19개 교육단체들이 한데 모여 범국민 연대를 출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책 철회를 요구했으며 전교조 17개 시도지부도 오는 12일까지 각 시도교육청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전개한다.       

교육부는 계속되는 강한 반발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국민 대다수가 원치 않는 정책이라면 폐기할 수도 있다”고 입을 열었다.  

또한 지난달 29일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 중 외국어고등학교에만 폐지 또는 일반고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하며 재차 논란에 휩싸였다.

외고가 심히 반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초 ‘특목고 존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외고를 비롯해 자사고, 국제고 등 특목고가 폐지된다는 소식에 학생들과 외고 교직원들이 모두 학교가 사라질 것이라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학생 선택권 존중을 위해 특목고를 존치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이들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하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당초 내건 공약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특목고인 외고를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비추고 반발에 부딪히자 결정된 게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나오길 반복하자 학교의 폐지 뿐만이 아니라 국가 행정 흐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계속해서 자체적으로 결정 내린 정책을 내세우고 반발 여론이 일면 말을 번복하며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이에 대해 “교육정책의 발표는 충분한 학계의 연구와 현장 의견 수렴 후 이뤄져야 한다. 교육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학제 개편안을 아무런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 추진해선 안된다”며 “또한 외고의 폐지도 충분한 소통을 거친 뒤 진행해야 했다. 앞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바가 있는데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한 외고 학부모들은 토론이나 공청회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 정책을 발표한 교육부를 규탄한다는 입장과 함께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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