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임명섭 주필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조정과 관련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부모단체 간담회에서는 정책을 즉각 폐기하라는 요구가 이어졌고, 윤석열 대통령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교육분야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학부모,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만 5세 입학' 관련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정부 정책이 섣부르게 발표됐다는 점은 물론, 발표 이후 교육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등의 입장이 모두 오락가락해 혼란이 이어지는 점 등을 지적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2025년부터 만 5세로 앞당기는 학제 개편 계획으로 인해 반대 시위, 토론회 등이 열리자 교육부는 공론화를 거치겠다며 출구전략을 마련했다. 교육부의 초등학교 학제개편안의 갑작스런 발표로 조기교육과, 방과후돌봄 문제 등의 이유로 교원단체, 학부모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나이를 낮추어야 한다는 당위론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현재 초등학교의 만 6세 입학제는 73년 전에 마련된 제도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나 큰 변화와 변혁을 겪어왔기에 정책과 제도를 계속 고집할 수만은 없다. 

취학기 아동의 지적·정신적·신체적 역량이 매우 높아졌고, 지식과 정보도 빠르게 변화하여 달라진 시대에 기존의 학제가 더 이상은 생명력을 가지기는 어렵게 됐다. 그래서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겨 사회적 약자 계층의 의무교육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등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겠다는 견해다. 

하지만 반대 의견의 대부분은 사회적 합의 도출의 과정을 거치지 않했다는 주장이다. 학제개편은 미래 100년 교육을 위한 대책이므로 치열한 찬·반 토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교육정책의 기본은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공론화를 통한 숙의 과정이 중요하다. 

학제개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교육을 가능케 하고, 대학 입시로 왜곡된 보통교육을 정상화해 사교육을 줄이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교육 당국의 고심이 깊을 것이다.

학제개편은 이념 성향에 따라 지지 여부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인 만큼 집행과정을 스마트하게 관리해야 한다. 교육부는 만 5세 아동 취학으로 빚은 혼란을 사과하고, 유보통합과 돌봄 체계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교육부도 유치원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학제 개편 관련 간담회에서 “확정된 방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시나리오이므로 정책을 고쳐 가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으로, 열린 자세로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혼란이 누그러드는 것은 다행이지만, 만 5세 학제 개편안을 놓고 공론화 과정을 통해 넓고 긴 안목에서 저울질해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말 그대로 교육은 ‘백년대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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