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철근.

[충남일보 이진희 기자] 현대제철 등 11개 철강업체가 수년간 조달청이 발주한 철근 입찰에서 낙찰 물량과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2000억원대 과징금을 물고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12~2018년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한 철근 연간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한 현대제철 등 11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565억원을 부과하고 이 중 7개사와 전·현직 직원 9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조달청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산하 각급 학교 등 각종 공공기관이 사용할 철근을 구매하기 위해 정기적(1년 또는 2년 단위)으로 총 130~150만톤(1년치, 총 계약금액 약 9500억원)의 물량에 대해 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입찰은 입찰자가 계약할 희망수량과 단가를 투찰하며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 순으로 조달청 입찰공고 물량에 도달할 때까지 입찰자를 낙찰자로 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통상 이러한 희망 수량 경쟁입찰에서는 입찰자가 투찰한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사건 입찰에서는 최저가격으로 투찰한 입찰자의 그 가격으로 다른 입찰자도 계약이 체결됐다.

이에 따라 담합에 가담한 14개 사업자(3개 사업자는 파산 또는 폐업)는 각자가 낙찰받을 물량뿐 아니라 입찰 가격도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28건의 입찰에서 단 한 번도 탈락 업체가 생기지 않았으며 투찰율(예정가격에 대한 낙찰 금액의 비율)은 대부분 99.95%를 넘었다.

관련 매출액은 발주금액 기준으로 약 5조5000억원 수준이다.

담합한 기업들은 각 업체의 생산능력, 과거 조달청 계약물량 등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배분했다.

입찰 공고가 나면 7대 제강사 입찰 담당자들이 우선 만나 물량 배분을 협의하고 조달청에 가격자료를 제출하는 날 나머지 압연사 입찰 담당자들과도 만나 업체별 낙찰 물량을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찰 가격은 쪽지 등을 통해 전달하면서 공동으로 결정했다.

이들은 입찰 당일 대전역 인근 중식당·다방 등에서 모임을 갖고 배분 물량, 투찰 가격을 점검하고 투찰 예행연습을 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공공분야 철근 입찰 시장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동안 이뤄진 담합을 적발·제재한 것으로 민간분야 철근 가격 담합, 철스크랩 구매 담합에 이은 공공분야 철근 입찰 담합에 대해서도 엄중 제재함으로써 제강사들이 담합을 통해 경쟁을 제한해온 관행을 타파하여 향후 철근 등의 판매시장에서 경쟁 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물가 상승의 우려가 지속되는 현 국면에서 국민 생활 밀접 분야 외에도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자재·중간재 담합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고 담합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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