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세움병원 김경훈 원장
바로세움병원 김경훈 원장

요즘 부모님들은 자식의 키 성장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아직 돌도 안된 아이를 비교하면서 우리 아이가 다른 집 아이보다 크다고 하면 왠지 뿌듯해하고 좋아한다. 자식이 주변 친구들보다 작다고 느껴지면 왠지 불안하고 키를 크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운동도 시키고 좋다는 영양제도 사 먹이고 하지만 생각보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

키 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유전적 요인과 아이의 건강 상태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식습관, 수면습관, 운동과 같은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아이들 체격(신장, 몸무게, 골격)의 80%는 유전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다소의 오차 범위는 있지만 계산을 해보면 비슷하게 나온다. 유전적 요인은 불가항력적이기 때문에 아이의 키를 조금이라도 키우기 위해서는 환경적 요인을 신경 써야 한다.

가장 중요한 환경적 요인은 영양섭취이다. 그중에서도 뼈의 주성분이 되는 칼슘, 단백질, 비타민D가 중요하다.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과량의 탄수화물과 지방 성분은 소아비만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탄산음료의 인(P) 성분이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 것은 맞지만, 인산 자체가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체내 인산의 90%는 뼈에 저장된다. 칼슘이 많은 음식은 멸치나 건새우 같은 뼈째 먹는 생선이 대표적이다. 녹색 채소에도 칼슘 함량은 많지만 칼슘 흡수를 저해하는 성분이 많아 효과적이진 않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성분이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대신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육류보다는 어류가 좋다. 머리가 똑똑해진다는 DHA,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함유되어 있고 육류에 비해 비타민D 함량이 매우 높다. 비타민D는 뼈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성장기 어린이에게 매우 중요한 성분이고 햇빛을 받으면 피부로부터 생성된다.

햇빛에 자주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사실이나 요즘 어린이들은 햇빛을 볼 기회가 적어 키 작은 어린이들을 검사해 보면 대부분 비타민D 결핍 현상을 보인다. 추측컨대 어려서부터 야외에서 뛰어놀기보다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 대부분 실내에서 생활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유아기에 비타민D가 심하게 결핍되면 구루병이 생겨 다리가 활처럼 휘어지는 변형이 오기도 하므로 단백질과 더불어 비타민D 섭취는 성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 외의 환경적 요인으로는 운동과 수면이 있다. 운동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어떤 종류라도 상관이 없다. 적당히 근력을 쓰면서 관절에 있는 성장판을 자극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충분하다. 수면은 8시간 이상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9시에서 10시 사이엔 잠이 드는 것이 좋다. 성장호르몬이 자정에서 새벽 1시경에 왕성히 분비되기 때문에 늦게 자는 아이는 호르몬 분비가 저하될 수 있다. 사실 운동을 시키면 좋은 이유 중의 하나가 운동을 열심히 하면 아이가 피곤해서 일찍 자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은 우리 몸의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성장호르몬은 뼈의 말단에 위치한 성장판을 자극해서 길이성장 및 부피성장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어린이 키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4cm 정도 크게 되며, 사춘기에 접어들어서는 남녀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6~8cm까지 크게 된다.

이 시기에 키가 잘 클 수 있게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며, 키가 잘 크지 않는다든지 너무 많이 크는 경우에는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하는 질환이 있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심한 저신장인 경우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하기도 하는데 척추측만증이나 사지의 각변형, 골기형, 골종양 등이 있는 경우에는 질환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니 치료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

현대의학으로는 성장판을 늦게 닫히게 하는 방법은 없으며, 성장판이 열려있는 기간 동안 성장호르몬을 투여하여 키 성장을 촉진시키는 방법이 유일하다. 성장판을 늦게 닫히게 해준다는 식약품은 의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으며, 아이들을 기계에 매달아 거꾸로 세우거나, 팔다리를 당겨주는 운동은 오히려 관절 및 성장판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자식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컸으면 하는 마음이야 요즘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운동을 억지로 시키거나 잘못된 식약품을 억지로 사 먹이거나 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육체적인 고통이 되며 자존감을 떨어트릴 수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뛰어놀면 아이들은 클 만큼 크게 되어 있으니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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