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세움병원 신경외과 이중근 원장
바로세움병원 신경외과 이중근 원장

특별한 지병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사망한 채로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평소에 운동도 좋아하고 자기 관리도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두 가지, 뇌와 심장의 문제이다.

전조 증상이 있을 때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 가볍게 지나치다가 사고가 발생하거나, 때로는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여 유명을 달리하기도 한다. 뇌와 심장의 질병 중 뇌의 문제, 그중에서도 가장 조용하면서 치명적인 대뇌동맥류는 인터넷에 가볍게 검색만 해봐도 증상부터 치료까지 잘 기술되어 있지만, 정작 나에게 발생할 일이라고 생각지 않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미리 진단만 되면 완치율 95% 이상의 치료가 가능한 병이지만, 뇌출혈이 발생할 경우 사망한 채 발견될 확률 1/3,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사망하거나 후유증이 남을 확률 1/3, 다행히 뇌출혈이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되어 일상생활이 가능한 확률 1/3의 치명적인 손상을 야기시킬 수 있는 대뇌동맥류.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대뇌동맥류는 큰 혈관에서 작은 혈관으로 나뭇가지가 뻗어나듯이 갈라지는 부분에 혈관벽이 얇아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른 얇은 벽에 지속적으로 혈류가 공급되면서 자극이 가해지고 어느 순간 혈관이 찢어지면서 뇌출혈이 발병하게 된다. 조기에 진단되면 풍선을 외부에서 막아주는 클립 결찰술, 또는 내부를 채워서 혈류가 공급되지 않게 하는 코일 색전술 등으로 출혈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뇌출혈이 발생하면 할 수 있는 치료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세찬 박동으로 뛰고 있는 뇌 속의 동맥이 출혈을 일으키면 위치에 따라 혈관이 지나는 뇌의 빈 공간이나 심한 경우 뇌실질 속으로 출혈이 발생하게 된다. 출혈이 발생하면 이차적으로 뇌부종이 발생하여 뇌의 압력이 증가하게 되어 심장에서 뇌로 공급되는 혈류량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혈관을 따라 퍼진 출혈이 응고되면서 뇌혈관을 수축시켜 가뜩이나 높은 뇌압으로 혈류량이 적어지는데 혈액이 공급되는 혈관마저 좁아지니 뇌 혈류는 더욱 약해지게 된다. 뇌출혈로 인한 직접적인 손상, 뇌부종에 의한 이차적인 손상에 혈류량 공급 저하로 인한 산소 및 영양분 공급까지 적어져 뇌의 손상은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올 수 있다.

예후는 주로 뇌출혈 양과 뇌출혈 위치, 그리고 합병증 발생 정도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 일단 출혈이 발생하면 일차적인 치료는 출혈을 막기 위한 응급 클립 결찰술 또는 코일 색전술을 시행한다. 어떤 치료가 항상 좋고 나쁨은 없다. 뇌출혈 양과 뇌동맥류 위치에 따라 판단하여 우선 출혈을 막는다. 뇌부종이 심각한 경우는 감압 개두술을 통해 부종을 낮춰주기도 한다. 다행히 뇌출혈 발생 후 병원에서 이러한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후 발생하는 뇌혈관 수축 및 뇌출혈 합병증 등에 의해 언제든지 상태는 급격히 나빠질 수 있으며 추가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다행히 치료를 잘 마치고 퇴원한다고 하더라도 뇌신경 손상에 의한 후유증으로 지속적인 재활 치료 및 외래 추적 관찰을 요구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뇌출혈 발생 전 조기진단으로 치료하면 대부분 큰 합병증 없이 치료가 가능하므로 검사가 장려되고 있다. 검사는 간단한 뇌혈관 조영 CT, 또는 MRA로 진단이 가능하다. 이차적으로 뇌혈관 조영술(TFCA)을 통해 진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뇌동맥류 크기, 위치에 따라 바로 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치료 일정을 조절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질병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적절한 나이에 건강검진을 통해 내 몸에 질병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이제 사람들에게 일상이 되어있다. 하지만 두통이나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없으면 건강검진 항목에서 두부 검사를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 검사를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질병 중 하나가 대뇌동맥류다. 증상이 발생한 다음에는 너무 늦다. 뇌출혈이 발생하기 전, 반드시 대뇌동맥류에 대해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