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주필.
임명섭/주필.

코로나19 예방백신을 접종한 뒤 뇌 질환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정부가 보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관련 소송에서 백신접종과 부작용 간 인과관계가 인정돼 피해자가 승소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은 30대 남성 A씨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지 하루 만에 열이 나고 이틀 뒤에는 어지럼증과 다리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은 백신 접종자인 A씨에게 이상 반응이 발생했다고 보건소에 신고했고 추가 검사 끝에 뇌내출혈과 대뇌 해면 기형, 단발 신경병증 진단을 내렸다.

A씨의 가족은 진료비 등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백신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리 끝에 '질병과 백신 접종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기저질환이 있었더라도 백신을 맞기 전까진 어떤 증상도 없었기 때문에, 백신이 문제를 일으킨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결의 요지다. 재판부는 "원고가 예방접종 다음날 부작용은 피고가 백신 이상 반응으로 언급했던 증상들"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이번 판결은 작지 않은 파장이 있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 후 부작용 등 이상반응에 대한 피해보상 신청 건수는 누적 8만7304건(이의신청건 3681건 포함)으로 이중 6만5031건(74.5%)에 대한 심의가 완료됐다. 심의 완료 건수 중32% 정도인 2만801건에 대해서만 보상이 결정됐다. 

또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은 A씨 건을 포함해 모두 9건이다. 정부는 인과성이 의심되는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액을 높이고 이의신청 횟수를 확대하는 등 피해자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을 가라앉히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에 따라 백신을 접종한 국민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태도다. 특히 다른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충분한 검증 없이 긴급승인을 받았고 사용된 지도 2년밖에 안 돼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엄격히 따지는 등 정부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코로나 시기에 우리 국민들의 방역 협조 열의는 세계에서도 정평이 날 정도로 매우 높았다. 정부가 권하는 백신 접종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는 세계가 감탄해 마지않았던 이른바 ‘K-방역’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상 반응 등 불가피했던 큰 피해에 대해선 사실 소홀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이 이를 일깨워 줬다. 정부는 방역 당국을 믿고 따랐다가 발생한 피해에 대해 이제는 전향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지금까지 정부 방역을 믿고 따라 준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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