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충남일보 한내국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윤 대통령의 막말 논란을 부각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30분 회담'을 굴욕으로 규정하며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조문 불발 논란에서 거론했던 '외교 무능' 프레임을 거듭 제기하며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이어 윤 대통령의 막말 사고 외교로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크게 실추됐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특히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한 발언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대형 외교사고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 제7자 재정공약 회의장에서 걸어 나오면서 수행하던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주변 사람들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내용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을 거론한 것이다. 이 발언에서 '국회'는 미 의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은 온라인상에 공개된 윤 대통령의 영상 속 발언을 옮겨가며 공세에 합류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에게만 쓴 육두문자가 아니었군요"라며 "외교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나를 이 XX 저 XX라고 지칭했다'고 한 점을 상기한 것이다.

강병원 의원은 "대통령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저급한 말로 혈맹의 의회를 지칭했다"라며 "외교 성과는 전무하고 남은 것이라곤 '이 XX'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존재 자체가 리스크인 대통령, 정말이지 처음"이라고 부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을 한 시간이 48초인 점도 공격의 대상이 됐다.

강선우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과 고작 48초의 만남, 대통령 해외 순방이 '국격 떨어트리기' 대회인가"라며 "국민은 윤 대통령을 쪽팔려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약식 회담'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 만남을 두고 '외교 무능'을 넘어 '참사'로 표현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 행사가 열린 장소로 찾아가서 한국 언론이 취재도 못 한 과정 자체가 굴욕적이라는 것이다.

백혜련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이 애걸하는 모양새로, 회담 준비도 안 된 일본 측에 찾아가 30분 회담"이라며 "'대한민국 위상이 이것밖에 안 되나' 자괴감이 들게 하는 정부의 한심한 행태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홍걸 의원은 윤 대통령이 출국 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라는 특정 교우에 집착했다'고 한 것에 대비해 "윤 대통령은 일본이라는 학생 한 명에만 집착하는 건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외교 리스크'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민주당은 이번 일들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가 외교 분야는 물론, 국정 전반에 준비가 안 됐다는 점을 내세워 인적 개편 등으로까지 전선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강병원 의원은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 국익이 좌우될 수 있다는 사실마저 망각한 대통령의 즉각적인 대국민 사과와 외교라인 전면 쇄신을 촉구한다"고 했다.

조승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의 무능은 진작 알았지만, 더는 나라 밖에서까지 망신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한 정부의 실패를 넘어 대한민국의 실패로 갈까 너무 걱정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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