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 대형판매시설 지하 주차장 한쪽에 적재물이 쌓여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대전 한 대형판매시설 지하 주차장 한쪽에 적재물이 쌓여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충남일보 이진희 기자] 대전지역 일부 대형판매시설에서 지하 주차장에 물건을 적치하고 있어 화재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해 큰 피해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불이나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지하에 쌓아놓은 의류·박스 등에서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하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되고 있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7일 찾은 대전지역 A 대형판매시설 지하 주차장 한쪽에는 판매 물품으로 보이는 상자 수백여개가 잔뜩 쌓여 있었다. 더구나 일부 상자들은 주차선을 침범해 차량 주차까지 방해하고 있었으며 소화전 앞에도 물품 상자들이 버젓이 세워져 있어 긴급 상황 시 소화전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해당 대형판매시설 관계자는 “입고되는 물품이 워낙 많아 임시로 보관창고로 사용하고 있다”며 “물건을 옮기는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방문한 B 대형판매시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A 대형판매시설 만큼의 양은 아니었지만 지하 주차장 한쪽에는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를 내뿜는 적재물들이 놓여있었다.

B 대형판매시설 관계자는 “유통업체 특성상 하루에도 수천 건의 물류가 입고되기도 한다”며 “이에 잠시 물품 박스들이 하역장(지하)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으나 장기간 머무르는 것은 아니며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에도 화재 예방을 위해 소방시설과 물품 등을 하루에 한번 필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최근 인근 대형판매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화재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찾은 5곳의 대형판매시설 중 3곳이 지하 주차장에 종이상자와 물품 등 적재물을 방치한 모습이다.

대전 한 대형판매시설 지하 주차장 한쪽에 적재물이 쌓여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대전 한 대형판매시설 지하 주차장 한쪽에 적재물이 쌓여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문제는 이와 같이 지하에 방치된 적재물들이 화재가 발생하면 다량의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6일 발생한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에서 7명의 인명 피해를 낳았던 이유로도 지하 1층에 쌓아놓은 의류·박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다량의 유독가스가 2분도 안 돼 급속 확산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황수덕 우송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는 화염보다 유독성 가스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크다”며 “특히 지하에 방치된 종이상자와 의류 같은 적재물들은 다량의 유독성 가스를 발생시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특성상 지하 시설이 많은데 문제는 화재 발생 시 연기가 빠져나갈 배연시설이 의무화돼있지 않아 하루빨리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 한 대형판매시설 지하 주차장 한쪽에 적재물이 쌓여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대전 한 대형판매시설 지하 주차장 한쪽에 적재물이 쌓여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