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한국화가·한채색연구소 대표. (사진=이잎새 기자)
김은희 한국화가·한채색연구소 대표. (사진=이잎새 기자)

[충남일보 이잎새 기자] “미술계에서는 서양화와 한국화를 구분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어느정도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옛 선조들부터 사용해 온 미술 재료라든지 기법, 그림에 반영되는 사상 등은 누군가로 인해 그 명맥이 이어져야 하는 중요한 한국화의 정체성이다”

한국화가이자 한채색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희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겸임교수는 이와 같이 말했다. 서양화와 한국화의 가치에 차이를 두자는 게 아니라, 한국화의 특징과 그에 담긴 얼을 중요시하고, 본질이 지켜지는 예술활동을 하자는 취지다.

김은희 대표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한남대학교에 재학하게 되며 대전에 자리를 잡게 됐다. 대학에서부터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1997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고, 국내외에서 300여회의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해오며 30년이 넘도록 한국화가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김은희 대표의 작품 일부는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이런 활발한 작품활동 경험과 한국미술사에 대한 깊은 조예를 살려 TJB ‘화첩기행’ 리포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김은희 作 매화 1, 2, 3. 대전 시립미술관 소장작. (사진제공=김은희 대표)
김은희 作 매화 1, 2, 3. 대전 시립미술관 소장작. (사진제공=김은희 대표)

김 대표의 작품 특징은 아크릴 물감 등 현대 재료가 아닌 실제 한국 미술사에 기록된 천연 재료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청 등 문화재 복원 작업에도 아크릴이나 플라스틱 등의 재료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보니 비를 맞으면 갈라지거나 떨어져나가는 등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옛날부터 사용돼 온 한국 고유의 염료는 식물, 돌가루(안료), 백토, 조갯가루 등을 사용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변질이 덜하다. 요즘에는 우리 그림에 맞는 인공물감이 나오기도 하나, 옛 것을 이어가는 것이 더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김 대표는 채색화의 작업에도 열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화라 하면 흑백의 두 가지 색으로만 이뤄진 수묵화를 떠올리는데, 채색화 역시 삼국시대 벽화에서부터 시작, 고려시대의 불화, 조선시대 궁중화로 이어지는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고유의 미술 양식이다.

김은희 作 피어나리, 34*24cm·2개, 광목 위에 천연 염료·석채·금분. (사진제공=김은희 대표)
김은희 作 피어나리, 34*24cm·2개, 광목 위에 천연 염료·석채·금분. (사진제공=김은희 대표)

수묵화가 한국화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굳혀진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조선시대로 오면서 선비 문화가 성행함과 더불어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짐에 따라 수묵화가 유행하게 됐다. 그러면서 사상을 담아 그려진 수묵화를 실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할 때 쓰이던 채색화 기법보다 우위에 두는 흐름이 형성돼 수묵화가 여러 작가들을 거쳐 발전할 수 있었고, 현대에 와서는 가장 많이 알려진 한국화 형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뿐 아니라 김 대표는 옛 자료를 살리는 작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2021년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을 맞아 백제 시대에 만들어진 목걸이, 팔찌, 관식과 같은 다양한 장신구에 나타난 문양의 조형과 상징·기법, 문헌 기록 등 남아 있는 유물을 근거로 직접 제작한 왕비 초상에 그려내고, 이를 한국문화교보재에 담아냈다.

백제 왕비 초상 제작에 앞서 해당 시대의 자료는 현대에 남아 있는 것이 적었다. 실제로 왕과 왕비의 초상도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김 대표는 고려 불화를 비롯한 조선시대의 인물 표현법은 물론 고구려·신라의 회화, 벽화, 공예, 복식 예술 등을 연구, 학술적 자료를 종합해 초상을 완성했고 이를 같은해 ‘다시 만난 세계-김은희展’을 통해 선보였다.

김은희 作 백제 왕비 납시오, 182*122cm, 장지 위에 석채·분채·순금분. (사진제공=김은희 대표)
김은희 作 백제 왕비 납시오, 182*122cm, 장지 위에 석채·분채·순금분. (사진제공=김은희 대표)

김은희 대표는 “현재 한국화는 여러 측면에서 많이 폄하돼 있는 상태다. 경제적인 가치가 낮은 작품이라 인식 되는 경우가 많고, 외국 작품에 비해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 그 점이 안타깝게 생각된다”며 “다만 최근 들어 한국화가들은 물론, 비전공자들도 조선 후반 유행했던 양반들에 대한 동경이 커지면서 출세하고 돈을 많이 벌길 기원하는 의미를 담으며 서민들 사이에서 그려졌던 ‘민화’에 관심을 갖고 작품활동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러한 식으로 한국화에 대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김은희 대표는 “열심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커져가는 한국화에 대한 주목으로 하여금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상업 작품 제작도 필요하지만, 예술가로서 작품성이 높은 작품에 대한 연구를 하는 작가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길 기대하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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