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 이잎새 기자]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은 물론이고, 수시에 지원한 학생들에게도 수능은 매우 중요하다. 수능최저학력기준 때문이다. 학생부교과전형과 논술전형의 상당수, 그리고 학생부종합전형의 일부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두고 있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전형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당연히 그 조건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원한다. 하지만 실제 수능에서 모두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는 다시 말하면, 대학에서 설정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맞춘다면 그만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입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가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일부 결과를 공개한 대학들의 자료를 통해 살펴보자.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교과전형에서 가장 높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곳은 고려대다. 높은 기준 탓에 전년도 교과전형 지원자 중 수능최저를 충족한 비율은 42.8%에 불과했고, 이에 따라 11.09 대 1이었던 경쟁률도 실질적으로는 4.62 대 1로 낮아졌다. 특히 인문계열의 경우 충족률은 훨씬 더 낮아, 지원자의 37.1%만이 기준을 통과했다. 수능최저만 충족해도 합격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올해에는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충족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전년도보다는 영향력이 작을 수 있다.

학생부교과전형의 실질경쟁률을 발표한 서울시립대, 중앙대, 한국외대의 경우에도 수능최저 충족률이 50%대에 머물러 경쟁률이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이들 대학은 올해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번 입시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2학년도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일부 대학 교과전형. (사진제공=진학사)

논술전형

논술전형에서는 논술고사 결시율이 실질경쟁률에 큰 영향을 준다. 대부분 학생부만 제출하면 되는 교과전형과 달리, 논술전형은 지원 후에도 논술고사 응시 여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결시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수능에서 기대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 논술고사에 응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수능최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판단하에 시험을 치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응시자 중에서도 수능최저를 충족한 비율이 높지 않아 실질경쟁률은 매우 낮아진다. 논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의 수능최저 충족 현황을 공개한 이화여대와 한국외대를 보면 모두 충족률이 40%대에 머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높을수록 실질경쟁률의 하락 폭이 큰데, 이는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논술전형의 경쟁률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년도 수능최저학력기준에 3개 영역을 반영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수능최저기준을 적용한 이들 대학의 실질경쟁률은 매우 크게 하락했다.

2022학년도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일부 대학 논술전형. (사진제공=진학사)

중앙대 논술전형의 실질경쟁률은 7.9 대 1로, 최초 경쟁률인 49.0 대 1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 그중 약학부는 최초 경쟁률이 147.3 대 1이었으나 실질경쟁률은 3.1 대 1로 크게 떨어져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러시아어문학전공의 경우에는 5명 선발에 172명이 지원하여 34.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실질경쟁률은 1.6 대 1을 기록, 수능최저를 통과한다면 논술고사에 응시하기만 해도 합격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 됐다. 표면상으로 보이는 경쟁률이 높다는 이유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인지 올해 중앙대 논술전형의 경쟁률은 크게 상승해(70.3 대 1), 작년 수준의 실질경쟁률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화여대 또한 최초 경쟁률은 32.1 대 1이었으나 실질경쟁률은 7.2 대 1로 크게 낮아졌고, 서강대에서도 논술고사를 응시하고 수능최저를 충족시킨 비율은 지원자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져 최초 경쟁률 101.9에 비해 실질경쟁률은 32.3 대 1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2개 영역을 반영한 한국외대와 경희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낮았으나, 한국외대(서울캠퍼스)가 41.1에서 13.8 대 1로, 경희대가 70.8에서 32.5 대 1로 떨어지는 등 논술전형의 실질경쟁률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올해 수능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된 대학들의 경우 충족률이 상승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수능최저 통과 시 합격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며 “이번 9월 모평에서 영어 영역이 쉽게 출제되면서 수능최저 충족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져 자칫 수능 준비에 소홀해질 수 있는데, 실전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남은 기간 수능 준비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