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일보 손지유 기자] 지난 17일 대전·세종·충남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돼 모두에게 추운 겨울이 찾아왔지만, 그 추위가 유독 혹독하게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야외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이다. 이 추위를 견뎌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눈이 오면 정말 배달하기 두렵지만, 오토바이 임대료, 수수료 등 고정 지출 목록이 있어서 하루에 1건이라도 더 뛰려고 무리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영하의 추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대전에 또 다시 비·눈 소식이 전해지면서 배달업계 종사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2년 11월 27일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배달업) 실태 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배달업에 종사하는 배달원 수는 2019년 상반기 11만9626명에서 2022년 상반기 23만7188명으로 3년 사이 11만7562명으로 101%가 늘어났다.
이들은 패딩과 방한 토시, 무릎 워머 등을 구매해 추위를 이겨내며 일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이륜자동차의 특성상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아 눈, 비 등으로 인해 도로에 블랙 아이스가 생기면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특히 저녁 시간대 운행은 살얼음이 더 안 보여서 사고가 잦을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운행 시 바람을 직접 맞기 때문에 헬멧에 스며든 바람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 더욱 고통스럽다는 것.
대전에서 4년째 배달업에 종사하는 송모씨는 “주변에서 빙판길 사고 사례들을 많이 봤다”며 “대부분 저녁 배달이 많이 이뤄져 헬멧을 쓰고 이동하면 잘 안보여서 훨씬 위험하다”고 전했다.
연말연시로 업무량이 증가한 택배 관련 종사자들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실내라고 해도 비와 눈만 겨우 피할 정도지 한기까지 막아주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거기다 장갑이나 방한용품 등도 지급되지 않아 스스로 몸을 챙겨가며 작업을 이어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택배 기사들도 지난 17일 충남 서산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택배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전도되는 사고 소식을 접한 이후로 눈길 배송에 대한 긴장도가 더욱 높아졌다.
아파트 단지와 큰 도로의 경우 제설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져 큰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지만, 주택가, 원룸촌 주변은 대부분 제설작업이 돼 있지 않아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빙판길에 대비해 아이젠을 착용하고 싶어도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등이 훼손될 수 있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천천히 걷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부부가 함께 택배업에 종사하는 이모씨는 “택배도 빠른 배송이 기본이 돼 식사하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예년과 달리 방한용품도 지급되지 않는다”며 “날이 어두운 시간대를 피해 일할 수 없어 물건을 나를 때나 운전할 때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